한국일보

카디널즈 왜 졌나?

2005-10-20 (목) 12:00:00
크게 작게

드라마는 없었다. 19일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NLCS 6차전은 휴스턴 애스트로즈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44년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애스트로즈가 카디널즈를 5-1로 가볍게 제압, 시리즈는 6차전에서 종결지어졌다. 7차전 드라마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싱거운 결말이었다.
카디널즈는 이날 2년 연속 20승을 거둔 괴물 투수 오스월트를 앞세운 애스트로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실력에서 밀리고 작전에서도 밀렸다. 오스월트에 대한 대비가 없었고 휴스턴 타자들을 얕잡아 본 것도 패인이었다. 지난해 켄트, 벨트란 등이 버티고 있는 애스트로즈를 상대로 안방 4연승으로 시리즈 승리를 거머쥔 바 있던 카디널즈는 올해 오스머스, 벌크, 레인등 새 얼굴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다. 믿었던 왼손 강속구 투수 마크 멀더가 이름없는 애스트로즈 타자들에게 당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카디널즈는 이날 5차전 역전승으로 욱일승천하는 사기만 있었을 뿐 특별한 작전없이 오스월트에 속절없이 당했다. 2차전에서도 1실점역투로 승리를 거머쥔바 있는 오스월트는 이날도 7이닝 1실점으로 역투, 2연속 원정경기에서 팀을 사지에서 구해, 팀의 일등공신으로 ‘챔피언십 MVP 상’까지 거머쥐었다.

오스월트는 이날 날카로운 재구력과 강속구로 카디널즈의 강타선을 3안타로 막아냈다. 첫 이닝에서 볼 넷 1개로 주자를 허용했을뿐 3자범퇴로 막은 오스월트는 이후 5회초까지 세인트루이스 강타선을 무안타로 틀어막으며 승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반면 팬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른 마크 멀더는 첫 2회 동안 무실점으로 버텼으나 3회 2개의 에러가 점수로 연결된 뒤 힘없이 무너졌다. 전 A’s였던 멀더는 3회초 오스머스에게 선두안타를 허용한뒤 에버렛이 1루 땅볼을 치는 순간 1루를 늦게 커버하는 느림보 동작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뒤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폭투와 적시타로 2점을 내준 멀더는 4회초 레인에게 솔로 홈런까지 허용, 3-0 리드를 내주고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멀더는 4년전 양키즈와의 디비전 시리즈 결정전(5차전)에서도 패전 투수로 팀을 구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에인절스와의 조우승을 가르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대량실점으로 몸값을 해내지 못해 큰 게임에서 약한 징크스를 떨쳐 버리지 못했다.
카디널즈는 시리즈 5차전에서 5-4로 역전승, 홈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고도 복병 오스월트에 의해 힘없이 주저앉았다. 2차전에서 오스월트에 1득점으로 속절없이 당한 카디널즈는 6차전에서도 푸홀즈, 에드몬트, 워커 등의 한 방에만 의존하는 평범한 작전으로 맞선 것이 패인이었다. 첫 타석에서 엑스타인이 내야안타 일보직전에서 간발의 차이로 아웃된 이후 카디널즈는 어쩐일인지 내야를 교란시키는 기동력 실험을 포기했다. 오스월트의 속구에 헛 스윙을 연속하던 카디널즈는 3-0으로 뒤진 5회말이 되어서야 몰리나의 첫안타를 희생플라이로 연결시켜 3-1로 따라갔으나 6,7회에 추가 점수를 올리며 도망간 휴스턴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창’ vs ‘방패’의 대결에서 방패의 우월함을 보여준 한판 승이었다.

<이정훈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