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울너럭/명상센터에서

2005-10-1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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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미국 통신원 안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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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한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주택이다. 색색의 장미며 치 솟은 참나무들, 그리고, 그 옆으로 자귀나무가 깊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동양에서는 합환수로 신혼 부부의 방 앞에 심어져 사랑을 키워주는 귀한 나무지만, 이 곳에서는 좀 천대를 받는 것 같다. 이 집의 자귀도 유달산 자락에 있는 왕자귀 나무 못지 않게 넉넉한 그늘을 주고 있다.
물 선 곳에서 말 도 잃고 살자니 버거운 시간에 부딛치게 되었고, 평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해달라고 남편과 같이 일하는 한 미국 교수께 부탁을 드렸었다. 그 분의 소개로 알게된 이 곳은 명상센터라고 한다. 길가에 나와 있는 작은 나무 간판에 Lotus Garden이라는 글씨와 함께 연꽃을 쥔 손이 얌전히 그려져 있었다.

처음 그 집에 살던 주인이 이 집을 기증하면서부터 미 서부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이 곳으로 만행을 온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조그만 동네가 세계로 통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내 스스로 갇혀 있었을 뿐 세계는 늘 열려 있다는 걸 새삼 기억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정원 구석구석 석상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성모상도 있었지만 석가모니의 고행 상이며 관음보살 상, 인도의 약시며 시바 상 등이 다른 여러 신과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요가 수련장의 한 쪽 벽은 마치 인도 북부에 온 듯한 기분을 맛보게 했다. 설 산이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 북인도 전통 복장의 남녀가 피리를 불며 부드럽게 바라보는 푸른 빛 가득한 봄을 전하는 인도 식 벽화로 꾸며져 있다. 넒은 방 가득 설 산의 정기와 전단 향, 그리고 라그의 단선 율이 울리고 있었다. 매일 요가 수업이 있고, 토요일에는 기공과 태극권 강좌가 있다고 한다. 그네들은 모두 채식 주의자라고 했다. 채식이 건강에 참 좋다는 속된 나의 맞장구에 그 보다는 Karma(업)을 끊어내고자 하고 있다고 답했다.

1에이커가 넘는 뒷마당에는 잔디가 걷혀 지고 온갖 채소들이 그득했다. 일요일마다 채소 요리 축제를 하니까 놀러 오란다. 이 곳의 사람들은 평범한 이웃들이지만 30년 넘게 평화를 위해 여러 모색을 해왔다고 했다. 그 노력에 요가는 대중화가 되었고, 지금은 고등학교에 명상을 가리키러 나가기도 한단다. Lotus Garden은 저녁이면 차 댈 틈이 없다.
그저 몸짱 만들기가 아니라 진지하게 새로운 호흡을 배운다. 숨쉬는 것부터 다시 익히며 삶의 박자를 새롭게 새기고 있다. 오히려 미국인들 속에서 동양의 지혜를 얻고자 온돌문화를 배우고, 그린 티를 즐기며 두부를 먹는 소박한 생활 속의 웰빙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부딪치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강의실에 올라가는 승강기에서 향내를 맡았다. 향수를 뿌리는 대신 향을 피우며 꺍챷를 찾는 이가 많아지나 보다. 요가와 명상이 30년 지나 미국인의 생활이 되었듯이 된장국을 즐겨 먹고, 유기농을 찾고, 다이어트를 위해 다시 우유를 찾는 미국인들의 웰빙 바람은 소박하고 은근하게 광고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불어오는 것 같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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