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이트삭스, ‘블랙삭스 저주’ 풀었다

2005-10-1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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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S가 화이트삭스의 승리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시리즈 전적 1승4패,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방적인 승부였다. 전력의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승리의 여신은 화이트 삭스쪽에 일방적인 미소를 던졌다. 1차전 경기가 에인절스의 승리로 끝났을 때만에도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이 예상되던 시리즈였다. 승리의 무게추가 화이트 삭스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2차전부터였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화이트삭스가 2-1로 승리, 1승1패로 기사회생한 화이트 삭스는 이후 더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크 벌리, 잔 갈란드, 프레디 가르시아, 호세 콘트레라스 등 선발 4인방이 4연속 완투승을 거둔 것도 진기록이었다. 특히 3차전 부터 선발 투수를 9회까지 끌고간 아지 기엔 감독의 배짱이 돋보였다. 기엔은 3차전에서 선발 잔 갈린드를 5-2로 추격당하는 위기속에서 9회까지 끌고가는 두둑한 배짱으로 에인절스의 허를 찌르는 데 성공했다.
에인절스는 에이스 바톨로 콜론의 결장으로 투수력에서 밀린 것이 패인이었다. 5경기중 콜론이 단 1경기만 건져 줬어도 승부는 예측할 수 없을 뻔했다. 화이트 삭스는 고른 타선으로 적시적소에 적시타를 터트리며 올 정규시즌에서 거둔 최고의 승률이 결코 허위가 아님을 증명했다.

에인절스는 투수력에서 밀린 것 외에 또다는 변수, 프레진스키의 연기(?)에 녹았다. 2차전에서 삼진 아웃을 당하고도 1루에 살아남아 승리의 변수가 된 프레진스키는 4차전에서도 스티브 핀리의 방망이에 글러브를 대 타격방해(?)로 경기종료 더블플레이를 유도해 내더니 5차전에서도 8회말 2사후에 땅볼 아웃을 치고도 1루에 살아남는, 승리의 도화선이 됐다. 에인절스 투수 에스코바는 프레진스키의 땅볼을 잡은 뒤 글러브에 공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태그를 하는 우를 범했고 결국 에러가 결승점으로 연결되는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화이트 삭스는 안전된 투수력과 고른 타선, 감독의 두둑한 배짱으로 46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내셔널리그에서 누가 올라오든 욱일승천하고 있는 화이트 삭스의 사기를 꺾기는 쉽지 않을 예상이다.
화이트 삭스는 1917년 뉴욕 자이언츠를 4승2패로 제치고 챔프로 등극한 뒤 88년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1919년 리그 챔피언을 차지한 화이트삭스는 내셔널리그의 신시내티 레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 3승5패로 무너졌다. 당시 화이트삭스는 주전 선수 8명이 도박사들과 짜고 일부러 져주기 게임을 해 역대 최악의 승부조작 사건 ‘블랙삭스 스캔들 ‘로 돌변해 이후 ‘블랙삭스 저주’에 시달려왔다. 화이트 삭스는 지난 59년 간신히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LA 다저스에 2승4패로 고배를 마신 뒤 단 한차례도 우승 문턱을 밞아보지 못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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