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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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의 곡성 ‘아리랑’

2005-10-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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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일제의 강압 속에서 살던 시대에 한 맺힌 민족의 울분을 토해낸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을 기억한다. 그 시절 ‘아리랑’은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과 자유를 갈구하는 민족의 노래였다면 오늘의 ‘아리랑’은 국토의 분단을 아파하며 꿈에도 소원인 통일을 갈구하는 노래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60주년기념 행사로 ‘아리랑 공연’을 선전하면서 국내외 동포들을 초청해 ‘매스 게임’을 관람시키고 있다.
남한에서는 금강산 관광에 돈을 주어 학생들을 모아 보내더니 이젠 공무원과 교사들을 참가시킬 예정이라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관광이란 이름으로 행사참여를 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느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모 행정자치기관의 도지사가 북한의 벼농사 벼 베기 행사에 참가하려다가 아리랑공연을 참관하라는 북한의 권유 때문에 방문계획을 취소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지방장관으로서 정치선전에 이용되지 않겠다는 그의 의연한 용단을 다수의 국민은 찬사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인간기계를 만들어 수입을 올리고 있는 비인도적 김정일의 붉은 깃발아래 인권을 부르짖는 남한정부가 돈 모아주고 북에 가서 박수 치는 속셈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때마다 ‘매스 게임’에 동원되었던 어느 청소년은 탈북해 그 연습과정의 모습을 전했다. 혹독한 연습은 일년 내내 매일 너덧 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하다가 삼개월 전부터는 온종일 강행군을 하며 하루 두끼만 먹고 간혹 동작이 틀리기라도 하면 심한 매질을 당한다고 한다.
김정일을 숭배하는 모습, 적군을 때려눕히는 인민군의 격투, 인공기를 흔들며 공산체제를 찬양하는 구호등이 일사불란하게 붉은 색깔로 운동장을 물들일 때 십만의 인간 붕어들은 피눈물로 가득찬 거대한 평양의 어항속에서 배고프고 고달픈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파렴치한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듯이 위대한 김정일은 금강산을 스쳐간 바람을 팔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 은 뙤 놈이 받는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장면이다.
해방 후 지금 까지 북한이 버리지 않은 꿈이란 오직 적화통일의 실현이다. 그 동안 남한의 철저한 반공사상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 국가안보의 열기가 식어갔다.
드디어 남한 내에 김일성 주체사상과 김정일 홍위병 활동이 여기저기 두드러지게 나타났음은 물론 정치 사회적 좌경화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기는 일이 주위에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강정구 교수의 거듭된 친북 반미적 궤변에 대해 국가보안법의 실존을 무시한 듯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또 정권의 실세라는 사람들이 가뜩이나 소외된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북측의 말을 대신해 주고 있는 듯한 언행은 무척 국민을 걱정스럽게 한다.


이재학/재미시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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