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머무는 곳에서
2005-10-10 (월)
서울에서 문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LA를 방문한 펜클럽 핵심 단원들과 미주 문우들이 함께 어울린 문학기행 겸 관광을 곁들인 세도나 관광을 나선 적이 있었다. 빅터빌을 막 지나면 프리웨이 15번에서 138번 선상으로 나가는 하이웨이 푯말이 보인다. 그 너머 멀리 마운틴 하이 산 정상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오고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산과 산이 이어지는 능선에는 흰 구름이 한가로이 떠돌며 눈과 함께 멋을 부려대곤 한다.
LA에서 1시간 여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쩍 관심이 쏠렸고 드디어는 마음이 강하게 당겨 결국 이곳으로 이사하여 정착하게 되었다. 고향 산천의 사계를 닮은 이곳은 고국을 멀리하고 있는 가슴에 질퍽거리는 그리움으로 적셔준다. 산으로 오르는 꼬불꼬불한 하이웨이는 설악산과 동해를 가기 위해 넘어가는 대관령과 구름도 울고 넘는다는 추풍령의 준령을 생각하게 된다.
낯설지 않은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벧엘 벌꿀 농장과 넓은 벌 동쪽, 대관령 등 한글로 쓰여진 간판들이 불쑥 불쑥 얼굴을 내민다. 넓은 사막에 우뚝우뚝 서있는 조슈아트리는 고국 산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소나무 숲을 연상케 하여 마치 귀향 길에 오르듯 흐뭇해진다.
구름도 머물다 가는 이 선택된 고장에 한 민족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예술단지를 조성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일까? 15번 프리웨이를 오가며 보기만 해도 만족해했었는데 이제 직접 이곳을 경유하는 관광코스로 연결시킨다면 금상첨화 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국의 민속촌 같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곳 넓은 벌에 조성하여 세워 놓는다면 한인사회는 물론 미 주류사회에도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장이 될 것이며 정서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될 줄 믿는다.
며칠 전 이곳 한인회장의 포부에 찬 비전을 듣게 되었다. 이곳의 풍광과 주변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도 심도 높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늘이 내려준 이곳 구름이 머무는 곳에서 모여 사는 동포들이 서로 결속하고 화합을 이루어 천연의 예술적 자원과 고국 산천과 같은 아름다운 절경을 살려 문화의 산실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리고 우리 고유의 전통풍속을 이 땅에 재현시켜 우리들은 물론 이웃들이 보고 느끼고 즐기는 계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산들이 병풍을 둘러놓은 이곳은 어머니의 포근한 품속같이 정겨워 혼신을 다한다면 미주에 한민족 문화의 거리를 능히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구름이 머무는 이곳에 새로운 역사를 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그만큼 기대하는 마음이 큰 때문일 것이다. 때때로 구름도 산 위에 잠시 앉아 쉬면서 사색을 하듯 민족의 정과 향토에의 애착이 한꺼번에 쏟아져 오락가락 생각이 많아진다.
안주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