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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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복원을 보면서

2005-10-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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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복판인 종로구와 중구와의 경계를 흐르는 하천. 길이 3,670미터, 최대 너비 84미터, 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으로 둘러싸인 서울 분지의 모든 물이 여기에 모여 동쪽으로 흐르다가 왕십리 밖 살곶이 다리 근처에서 중랑천과 합쳐 서쪽으로 흐름을 바꾸어 한강으로 빠진다.
청계천의 역사는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청계천은 조선시대부터 해방 이후 1950년대까지의 ‘하천시대’, 본격적인 도로 복개공사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복개시대’를 거쳐 자연천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2003년 ‘복원시대’를 맞이했다.
그 사이 청계천은 서민들의 생활터전에서 근대화 시대의 엔진으로, 가난과 불결의 상징에서 노동 착취와 소외의 현장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몸집을 불려왔다.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보지 못하고 우선 덮어놓고 보자는 식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 안에서 썩든, 냄새가 나든 우선은 괜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이든 덮어두려고 한다.
동쪽 서쪽 흐르던 냇물이 모여져 강물로 흘러가는데도 우리는 덮어 두었으니 이제 모른다는 식으로 일을 처리할 때가 많다.
그러나 청계천에 새 바람이 불었다. 걷어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복원하는 바람 말이다. 새 바람을 일으켜 대청소를 하고 본래의 자리에 서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은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9월에는 할 말을 잊고 살았다. 쏟아진 빗물에 사람들은 피난을 가고, 몰아쳐 오는 바람에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 지난 악몽 같은 9.11이 있었고 쓰나미 성금 파동이 거세게 몰아쳤다.
동쪽 물과 서쪽 물이 만나듯 함께 깨끗한 강물로 흘러갔으면 한다. 더 이상 덮어두는 것이 상책이 아니다. 걷어내어 새들이 오고, 물이 흐르며 고기들이 자라는 청계천이 동포사회에 필요하다.
흐르는 물줄기에 크나큰 돌멩이도 있을 수 있고 던져진 깡통도 있겠지만 물의 흐름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투명해지고 분명해진 자리에서 새 역사를 기록해야 할 때이다. 가끔은 내 마음 속에도 청계천이 흐름을 본다.
이리저리 갈라져 들어온 생각들을 모두 덮어두고 모른 척 하고 싶어도 언제인가는 드러나게 될 사연들이기에 오히려 없는 뚜껑까지 내던지고 흐르는 물에 맑음이 있기에 감사가 생긴다.
깨끗함이 지속되면 담대함이 있다. 그리고 자랑할 일이 있다. 우리의 삶이 그래야 한다. 두고두고 감춘 세대가 아닌 열려지고 보여져 너도 나도 어우러지는 꿈의 나날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정춘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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