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교에서 배운 맥아더 장군

2005-09-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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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맥아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작은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키가 크고 잘 생긴 군인이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을 보며 그를 만 났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맥아더는 다음과 같다: (1)그는 일본군에 밀려 필리핀으로부터 후퇴하면서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2)2차 대전 종말 일본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들였다. (3)그는 미군을 한국전쟁중 지휘하였다.
한국에서 살면서, 맥아더에 관한 나의 식견이 더 깊어졌다. 그 당시 그는 미국인들에게 잊혀진 군인이었지만 한국에서 그의 이름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교무실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도중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을 때 그에 대한 존경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잔재가 사방에 있었다.
대화도중 동료 한 사람이 ‘박정희’ 이름을 언급하면 동료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두려운 표정으로 대화를 중단하거나 목소리를 낮추어 그에 관하여 좋지 않은 말을 하였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 이름이 언급되면 워터게이트에 대한 토론으로 대화가 진전되었다.
그러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 그의 이름이 언급되면 그들은 “맥-아-더” 하면서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 미국인 장군을 마치 한국의 위대한 왕인 세종대왕처럼 존경하는 것 같았다. 맥아더는 남한을 구해준 위대한 구원자라고 생각하였다.
세상이 많이 변하였다! 최근 수천명의 한국사람들이 인천에 있는 맥아더 동상을 넘어뜨리려고 하였다는 뉴스를 들었다.
맥아더가 식민지 영향을 끼쳤고, 한반도에 세워져 있는 그의 동상이 남한과 북한이 통일하는데 장애물이라고 주장한다. 1,000여명 인천지역 시민들과 퇴역군인들은 맥아더 동상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보호하겠다고 맹세하며 맞서고 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맥아더는 ‘from Hero to Zero’로 되어버린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상이 평양에 있다. 맥아더 동상을 없애자며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전쟁 주역이고 한반도의 통일 열쇠를 쥐고 있는 라이벌 김일성, 그의 동상으로 눈을 돌리라고 권하고 싶다. 북한에 세워진 수많은 김일성 동상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쇠 젓가락과 숟가락이 없이 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는 쌍방이 무장 해제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북한이 ‘위대한 지도자’의 동상들을 넘어뜨리면 남한도 위대한 장군의 동상을 없애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맥아더 논란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있는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맥아더의 인천 상륙작전과 미군의 인천 상륙과 맥아더 동상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동상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역사를 존중하자. 나쁜 것은 나쁜 대로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내가 맥아더에 대하여 학교에서 배웠던 것은 그가 은퇴하면서 1951년 웨스트포인트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다. 맥아더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사라질 뿐이다”라고 했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인천 맥아더 동상 논란도 이와 같은 사실이기를 바란다.
한반도가 분단이 되어있는 동안 이 논쟁은 죽지 않을 것이다. 단지 통일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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