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말과 거짓말의 이중주

2005-09-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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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9월이다. 9월을 그레고리안 달력으로 September라고 부른다. 이 이름의 Septem은 라틴말로 7이란 뜻이다. 본시 September는 로마달력으로 7월이었던 것이 오늘의 9월로 바뀌었다. 기원전 1세기께 로마의 줄리우스 시저가 March로 시작되는 달력을 January로 시작되게 바꾼 탓이다.
아홉 번째 달이면서 일곱 번째 달이란 뜻일 지니고 보면, 참과 거짓이 함께 섞인 이름인 셈이다.
우리의 삶에서 참과 거짓이 섞여서 말해지는 사례가 이 뿐만은 아니다. 우리는 해가 뜨고 해가 진다고 말한다. 이 말은 틀림없이 거짓말이다. 16세기 이전에는 이 말이 참말이었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외친 뒤부터 이 말은 거짓말이 되었다. 그런데도 이 말이 참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쓰여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지만, 16세기 이전 사람들이나 그 이후 사람들이 모두 실제로 느끼는 것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동쪽에서 떠오르는 저 빛나는 태양”이라고 힘찬 노래를 부르게 해주고 “서녘으로 해가 지고 나니, 저녁 노을이 참으로 아름답네.”란 시를 읊게도 해준다. 이처럼 자연현상을 나타내는 말들은 비록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론 ‘아름다운 거짓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사회 현상에 관련되는 거짓말은 사뭇 다르다. 한국 정부는 한때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에게 부정 축재한 돈을 다 내어놓으라고 했지만 그는 한푼도 없다고 시치미를 떼었다. 참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아들 통장과 친척 계좌에 수 백억원이 숨겨져 있는 것이 들통나고 말았다.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부시가 이라크를 치려고 했을 때,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아프리카 나이저로부터 핵 폭탄을 만드는 원료인 우라늄을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조지 윌슨이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뉴욕타임스에 글을 실었다. 부시가 거짓말을 한 꼴이 되었다.
미주 한인사회엔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이혼율이 높다고 걱정한다. 상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숨 짖는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가 참말이다. 그런데 이런 여러 문제의 책임은 교회에 있다고들 말한다. 이렇게 말한 사람들 중에는 한때 수천명의 교인과 한해 예산이 수백만달러나 되는 이른바 대형 교회에서 담임으로 일했던 목사들이 있다. 이제 와서 이러한 말들을 하는 것이 참말이라 할 수 있을까.
이 큰 교회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힘있는 교회에서 담임으로 일했던 목사들은 이런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앞장서야 했다. 그런데 교회를 물러난 마당에 이런 문제들을 낳게 한 데엔 자신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들 한다. 참말인지 거짓인지 알기가 힘들다.
해가 뜨고 해가 진다는 이 참말 같은 거짓말은 ‘Sun rise, Sun set’이란 아름다운 노래를 낳게 하지만,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고 하면서 곧 미워하는 거짓말은 교회를 두 동강이로 만들고 사회를 멍들게 한다.


윤 아브라함
명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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