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드라마 천국

2005-09-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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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는 정말 재미있다. 혼신을 다하는 생생한 연기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세계 시장에 한국 드라마 인기가 천장을 친다. 홍콩 TVB에서 방영된 ‘대장금’은 마지막회 시청률 47%를 기록했고, 라이센스 미디어 부문 올해의 대상을 받아 아시아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되었다.
일본의 NHK가 5차례나 재방송한 한류 열풍의 핵인 ‘겨울 연가’는 욘사마와 더불어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냈다고 한국관광 공사는 분석했다.
멜로 드라마가 흥미진진한 것은 갈등의 대립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뜨고 있는 ‘굳세어라 금순아’나 ‘슬픔이여 안녕’에서 보듯이 이런 갈등 구조의 중심에 구시대의 전형적 인물들이 아낌없이 진면목을 보여준다.
신세대에게 구시대의 가치관이나 윤리적 책임의식을 강요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예를 들면 자녀의 결혼문제에 부모가 사사건건 목숨을 걸고 참견하는 장면이다. 진정 자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한낱 애착과 한풀이에 불과할 때가 많다.
사실 젊은 세대는 사랑 방식이 크게 다르다. 심한 경우에는 자녀가 딸려 있건 말건, 유부남, 유부녀를 가리지 않고 오직 매력과 사랑 자체에만 집착하려 든다.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과도기적 진통이다.
따라서 진정한 애정과 효의 진수를 파헤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런 면에서 성공한 작품이 김수현의 ‘부모님전 상서’가 아닌가 싶다. 이 드라마에서 부모는 자녀의 입장을 끝까지 존중하고 배려해 준다. 진실로 가슴 깊이 사랑으로 감싸주는 큰 그릇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오랜만에 건전한 가정의 틀을 보여준 품격 높은 드라마로서 만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는 왜 드라마를 보는가?
말할 것도 없이 첫째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감동이다. 마지막으로 뒷맛이다. 이 뒷맛은 오랫동안 남는 인상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끔은 길잡이가 된다.
이런 세 가지를 만족시키는 드라마를 찾아 오늘도 안방극장에서 아내와 자리를 함께 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설거지를 끝내고 “Happy Hour Now”라고 외치는 아내의 반가운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고영주 국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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