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지진 공포가 카트리나에 따른 뉴올리언스 사태에서 보듯이 둑들의 구조적 결함 문제와 겹치면서 점점 증폭되고 있다.
몇년전부터 캘리포니아에 지진이 찾아오는 기간이 잦아지고 있고, 또한 지난 1906년 샌프란시스코의 대지진을 일찍이 경험했던 터라 단순히 가설수준으로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다.
미 유일 전국지인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12일(현지시간) 둑 붕괴로 참사를 키운 뉴올리언스의 대재앙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얼마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내 상당수 둑들이 오래전 토사로 축조한 것이어서 지진이나 홍수 등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최악의 상황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USA 투데이는 둑 주변 저지대에 수십만명이 몰려있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지역이 이런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캘리포니아는 대규모 인적 물적 피해를 낸 9.11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미국을 뒤흔들 세번째 재앙지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는 지난 1994년 노스리지 지진 이후 수십억달러를 투입, 2천100여개의 고속도로 고가도로에 대해 내진 보강공사를 했고, 로스앤젤레스시는 지진시 붕괴 위험이 있는 8천700개동의 석조 건물을 철거하거나 내진 보강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주정부와 시정부 당국자들은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둑의 붕괴로 인해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멕시코만 일대 도시에서 목격했던 참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두 강이 교차한 뒤 프란시스코만으로 연결되는 곳에 위치한 새크라멘토, 산 호아킨 삼각주 지역 등 북부 캘리포니아의 상황은 뉴올리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USA 투데이의 분석이다.
만약 지진이 엄습하거나 집중 호우가 장기화되면 주내 농촌지역, 특히 새크라멘토 인근의 둑이 균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도시 북부 인구 밀집지역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설상가상으로 둑 균열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2천200만명의 대인구가 집중돼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식수공급에도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미 수자원부가 지난 1월 작성한 보고서는 산 호안킨 삼각주와 센트럴 밸리의 둑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고, 새로 집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범람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둑 관리 예산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 호아킨 삼각주 지대는 약 60개의 작은 섬과 해수면보다 낮은 모래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6월 건조하고 맑은 날 둑에 균열이 생기면서 1만2천 에이커의 농토가 침식됐고, 1억5천만 달러의 피해를 안겨주었다.
둑 균열 사고가 흔히 그렇 듯 당시 둑 균열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불어난 물이 증거를 모두 휩쓸고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97년에는 불어난 빗물로 인해 캘리포니아주 둑 50여개가 붕괴된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8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2만4천명이 주택을 잃었다. 지난 20세기 미국에서 둑이 붕괴되거나 균열된 사고는 총 140번 정도 발생했다.
둑은 원래 농부들이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흙더미를 쌓아올리면서 시작됐다. 최근들어서야 둑을 보강하고 높이도 더 늘리는 작업도 했다.
다만 미 육군 공병대원들이 설계, 축조되고 감독을 받는 대형 둑들은 지방 차원에서 축조되고 관리되는 둑들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이들 둑도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미 공병대는 최근 둑 관리기준을 한층 강화했고, 정밀 기기를 이용해 둑들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지방정부가 도시 보호를 위해 물길을 돌리기 위해 만든 둑과, 면화 농장 및 감귤 과수원 침식을 막기 위해 축조한 것을 포함, 전국 둑들의 목록을 작성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시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제 새크라멘토 계곡과 샌와킨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있는 시에라 네마다 산맥의 눈이 녹아 저수지에 물이 꽉 찬 상황에서 집중 호우에다 지진까지 강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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