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샴페인 (4) 동 페리뇽 수도사

2005-09-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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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속서 2차 발효되자 탄산개스가 …

17세기때 와인담당 수도사가 처음 발견
개스 압력 견딜 병·뚜껑등 고안
코르크 마개 도입등 와인 발전에 공헌

샴페인에 관해서는 지난 달 3회에 걸쳐 충분히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사람이 또 다른 질문을 해왔다. “샴페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하는 것으로, 어쩌면 맨 처음에 소개했어야 좋을, 가장 기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샴페인의 양조과정을 한번 더 쓰는 것으로 샴페인 시리즈를 마감하려고 한다.
샴페인은 우연히 발견된 발포성 와인이다. 이를 발견한 사람은 ‘샴페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동 페리뇽(Dom Perignon)으로, 프랑스 샹파뉴 지방 오빌리에 마을의 생 피에르 수도원 와인담당 수도사였다. 그는 시력이 아주 나빠 거의 장님 수준이었는데 그 모자란 시력 탓에 미각이 특별히 발달해 와인 책임자가 됐다고 한다.
그가 살던 17세기에는 와인을 지하창고에 보관하였는데 봄이 되면 병들이 속에서 차오르는 개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페리뇽 수도사는 봄철마다 깨진 와인 병 조각을 청소하면서 어떤 병은 멀쩡한데 왜 이 병은 터졌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병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품의 정체를 궁금해하다가 어느날 그 원인을 발견했다.
‘2차 발효’였다. 당시는 양조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생물이나 당분 효모가 살아있는 채로 와인을 병에 넣어 숙성시켰다. 그런데 샹파뉴 지방은 연평균 10도 내외의 추운 지방이라 겨울이 되면 포도주가 발효를 멈추었고, 봄이 되어 온도가 올라가면 남아있던 당분과 효모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여 탄산개스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2차 발효로 압력이 높아지면서 와인 병이 터지는 것이었고 사람들은 거기서 나온 부글거리는 포도주를 `악마의 와인` `미친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페리뇽 수도사는 어느 날 탄산개스로 가득 찬 술을 맛보고는 그 특별한 맛에 놀라버린다. 그리고는 개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두께의 병과 철사로 뚜껑을 단단히 붙들어매는 방법을 고안해내었는데, 이것이 바로 위대한 술 샴페인의 발명이 된 것이다.
그는 1715년 죽을 때가지 47년간 와인 양조에 이바지하면서 이외에도 괄목할만한 기술들을 도입했다. 포도나무의 가지치기를 통해 포도의 양을 줄이고 맛을 농축시킨 것과, 수확기에는 이른 아침 포도를 수확함으로써 향과 맛이 뜨거운 태양 아래 증발하는 것을 막았으며, 와인 병마개로 코르크를 처음으로 사용함으로써 와인의 숙성을 한 차원 높인, 전설적인 인물이다.
동 페리뇽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그는 가난한 자를 사랑하였고 그리고 좋은 포도주를 만들었다”
그가 속했던 수도원은 후에 모에 & 샹동 (Moet & Chandon) 포도원이 되었으며, 모에 & 샹동사는 최고급 샴페인에 동 페리뇽 (Dom Perignon)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후 300여년이 흐르는 동안 샴페인 제조법이 많이 발달했지만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방법은 동 페리뇽 수도사가 처음 사용했던 방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차 발효한 와인에 리퀴르(당분과 이스트 혼합물)를 첨가해 병 안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게 하고 여기서 생성된 탄산개스를 병 속에 가둬놓는 것이다.
좀더 자세한 양조과정을 설명하자면, 샴페인은 2차 발효하면서 부유물이 생기는데(그러니까 옛날에는 탁한 샴페인을 마셨다) 후에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두세가지 방법이 도입되었다. 병들을 뒤집어 비스듬하게 45도 경사진 나무판(퓌피트르, Pupitre라고 한다)에 구멍을 뚫어 꽂아두고 전문가가 하루에 한 번씩 한 방향으로 돌림으로써 무거운 침전물을 병 입구 쪽으로 가라앉히는 것이다.
이것을 르뮈아지(remuage)라고 하며 6주∼3개월 동안 계속해주면 침전물이 병목 부분에 쌓이게 되는데 이 부분을 순간 냉각으로 얼린 다음 마개를 열면 내부 압력에 의해 침전물이 튀어나오면서 제거되니다. 이 과정을 데고르쥬망(Degorgement)이라고 하고, 침전물이 제거된 양만큼 감미조정액을 첨가하는 것을 도사주(Dasage)라고 하며 도사주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코르크 마개로 완전히 봉하는 것이다.
이렇게 병 속에서 2차 발효하는 방법을 전통적인 제조법이라고 하고 불어로는 메또드 샹쁘누아즈(Methode Champenoise)라고 한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샴페인은 모두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싸구려 발포성 와인 제조회사들은 이 방법을 쓰지 않고 더 쉽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고 있다. 큰 탱크에서 한꺼번에 2차 발효한 것을 각 병에 옮겨 담거나(탱크 발효법), 아니면 아예 보통 와인에 인공적으로 탄산개스만 주입하는 방법(개스 주입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모에 & 샹동의 박물관에 전시된 동 페리뇽 수도사의 밀랍인형. 샴페인과 와인 연구에 평생을 헌신했다.



샴페인의 침전물 제거용 나무판자에 병들이 거꾸로 꽂혀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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