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피아의 허준’ 유민철씨
2005-09-01 (목)
죽음의 땅서 30여년 의료 봉사 외길
하와이에 정착 “하나님 은혜에 감사”
30여년을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에서 의술을 펼치며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한인 부부가 이제 은퇴하고 하와이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유민철 외과전문의와 부인 유숙자여사(사진).
유 박사가 이디오피아로 의료봉사를 떠나게 된 것은 연세대학교에서 외과과정을 마치고 성형외과 트레이닝을 받을 때 임명진 당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의 주치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다.
전부터 아프리카에서의 의료활동에 관심이 많던 유박사는 임 대사에게 아프리카에 대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으며 결국 아프리카 유일의 기독교국가인 이디오피아로 떠날 결심을 했다.
1975년 7월5일 유 박사 부부는 5세 된 딸과 3세 된 아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이디오피아에 도착했다. 최빈곤국가로 공산정권이 되던 시절이라 죽고 다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1979년에는 소말리아와의 전쟁으로 수 많은 환자들이 생겨났다.
외과의사였던 유 박사는 당시 이디오피아에서 가장 큰 의대부속병원에서 근무했었는데 800여개의 개인 병상이 1,500개로 늘어 복도까지 전상환자들로 꽉 찼지만 몇 안 되는 현지인 외과 의사들과 고된 시간을 보냈다. 또한 레지던트 학생까지 가르쳐 2년 후 처음으로 10명의 외과 레지던트를 배출했다.
내전이 발생해 1991년 막바지에 치달았을 때 한국 대사관에서 철수지시가 내려졌지만 유씨부부는 불쌍한 환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어 시내에 남았다. 내전은 끝났지만 수많은 고아와 과부들이 생겨났다.
유씨 부부는 의술이 아닌 이들의 생계유지를 돕기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섰다.
고아들의 교육을 위해,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의 생계터전을 마련해 주기위해 14명의 미망인들에게 무이자로 장사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유 박사는 자신의 30년 인생을 돌이켜 볼 때 하나님이 자신의 생을 미리 계획하고 역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