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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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분할하라

2005-08-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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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지도자들은 잠정 헌법을 갖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유보하고 있다. 이라크가 과연 한 나라로 존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쿠르드족과 시아파는 헌법 초안을 작성해놓고 수니파에게 이를 수용하거나 말거나 양단 간에 결정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방 자치와 석유 수입, 회교법 등에 관한 깊은 이견을 호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우방이 이라크 단일 국가를 고집하는 것은 최근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나라, 구성원들이 각각 제 갈 길을 가기를 원하는 나라를 보존하기 위해 인명과 돈을 소비하고 있다. 이같은 픽션을 포기할 때 이라크는 민주주의에 더 접근하고 미국은 중동에서의 목표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하며 이라크 국경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을 뿐 인종적 종교적 그룹에 맞게 이라크를 분할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이는 냉전 이후 미국의 정책과 일치한다. 90년대 초에 미국은 소련이 여러 독립된 공화국으로 나뉘는 것을 반대했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도 한 나라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와 아이티를 재건하려 개입했다 실패만 하고 말았다. 유고슬라비아만이 유일한 예외다.
그러나 지방 분권화가 지금 세계의 대세다. 1945년에는 74개의 독립국이 있었지만 지금은 193개에 달한다. 그와 함께 경제 성장과 민주화가 이뤄졌다. 중앙 집권적으로 보이는 유럽 연합조차 전통적인 민족 국가의 각 지역을 서로 협력하는 무역 공동체로 분할하고 있다.
크고 다양한 민족으로 구상된 나라는 국방과 법 집행 같은 공공 재화를 싸게 마련하기 위해 필요할지 모르지만 유지하는 데 경비가 많이 들고 이라크 같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전쟁의 위험이 멀어지고 자유 무역이 확장할수록 민족 국가는 작아진다고 말한다. 미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안보와 자유 무역을 제공함으로써 이라크에서와 같은 국가의 분열상을 조장했다.
이라크를 셋으로 나눈다면 이같은 경향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쿠르드족과 시아파, 수니파로 하여금 독립 국가를 만들어 협력하게 한다면 권력 배분을 둘러싼 이견도 줄이고 국가 재건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면 반군들의 입지도 줄어들고 공격을 감행하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면 미군 철수도 가능해진다.
이라크 헌법 제정을 둘러싼 어려움은 미국이 단일 국가 수립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라크 국경은 신성 불가침이 아니며 미국은 서로 죽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시간과 생명,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존 유
UC 버클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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