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오! 꽃같던 내 딸이…

2005-08-24 (수)
크게 작게
토 론 토

백혈병 청천벽력에 치료 잘못으로 뇌막염 겹쳐 ‘뇌사’

4세 김니나양 부모
병원상대 소송추진
주민 등 모금운동

병원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교민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해밀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한욱(44)·혜진씨 부부는 지난해 7월 7일 소아과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은 딸 니나(4)양을 해밀턴 맥매스터병원에 입원시켰다. 병원측은 항암치료를 2년반 받고 부작용 없이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된다고 설명했다.
며칠 후 니나는 발과 허리에 차례로 통증을 호소했다. 치료과정에서 세균에 감염돼 뇌막염이 발생한 것. 이후 병균은 머리로까지 번져 뇌출혈로 이어지면서 뇌사 가능성이 있다고 병원은 전했다.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면서 서너 차례 생사고비를 넘기고 다시 일반병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며 생명은 건졌으나 병원은 뇌손상에 따른 식물인간으로 판정했다.
호흡곤란으로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 튜브를 통해 액체 영양분 투여를 시작했으며 의식이 회복되자 올 1월 중순 퇴원했다. 맥매스터아동병원 역사상 최장기간인 7개월 간의 입원이었다. 다만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백혈병 치료를 받고 9주마다 화학요법 치료를 받을 뿐 뇌막염 치료는 끝이었다.
그러나 니나의 건강과 생활은 말이 아니다. 항암치료로 인해 뼈가 약해져 두 다리 모두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으며 시력은 빛과 어둠을 인식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혼자서 앉고 걷는 일은 엄두도 못내 휠체어에 의지한다. 말은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두살배기 수준에 불과하다. 음식물은 삼키지 못해 배에 튜브를 연결, 특수영양제를 투여 받는다.
그간 김씨는 딸의 치료에 진력하느라 2개 운영하던 태권도장도 1개는 다른 사범의 손에 맡겼다. 집에서도 니나를 돌보려면 기저귀, 영양제,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생활비만 해도 월 2,000∼3,000달러는 들어간다. 휠체어·특수침대를 비롯한 특수장비도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꾸는 데 수천 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억울한 것은 병원 측의 태도. 뇌막염은 병원 치료과정에서 발생했지만 병원측은 “치료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책임이 없다”고 일관하고 있는 것. 여러 차례 병원장을 만나 호소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의 딱한 소식에 태권도 제자들과 지역주민들, 해밀턴 성당의 교우들 등도 힘을 합쳐 각종 모금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1만5,000달러를 모금했다.
김씨가 변호사와 자문한 바에 따르면 소송경비는 6년 간 약 1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병원 측이 감염예방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며 “아버지로서 딸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이 아플 뿐이다. 앞으로 사랑을 다해 치료에 정성을 쏟겠다”고 다짐하고 “부당한 제도는 시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병원을 위한 연중 모금행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05)574-6644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