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샴페인 (1) 마셔보면 매력에 취한다

2005-08-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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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별히 맛을 들인 여름 와인이 샴페인이다.
“샴페인이 와인이야?”라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지만 샴페인은 샤도네(Chardonnay),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무니에(Pinot Meunier)의 세가지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발포성 와인이다.
“피노 누아가 적포도주인데 어떻게 화이트와인인 샴페인을 만들지?”라는 질문도 심심찮게 받곤 한다.(영화 ‘사이드웨이즈’ 초반부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피노 누아뿐 아니라 피노 무니에도 적포도주인데 와인의 색깔은 포도껍질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껍질과 분리하여 과육만 발효시키면 붉은 포도로 백포도주를 만드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샤도네·피노누아
피노 무니에
세 품종 섞어 만든
발포성 와인
기포의 크기 작고
오래 올라와야 좋아
목이 좁고 긴 잔에
마셔야 즐기며 감상

입안에서 톡 쏘는 버블이 상쾌한 샴페인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많이들 마시지만 사실은 언제 어느 때 마셔도 좋은 와인이다. 기쁠 때는 더 기뻐지고, 우울할 때는 기분을 달래주며, 피곤할 때 생기를 주고, 더울 때는 짱하는 맛에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며, 입맛 없을 때는 무엇이든 먹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샴페인이다.
와인 애호가들이 최종적으로 가장 좋아하게 되는 와인이 샴페인이란 말을 오래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그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왜 샴페인이 그렇게 높이 평가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샴페인의 매력은 마셔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지난 달 와인 친구들과 샴페인 시음회를 하였는데 거의 첫 경험이던 친구들이 모두 그 매력에 흠뻑 빠져서 아우성을 쳤다. 그동안 가진 시음 중 최고였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니, 유난히 무더운 올여름 저녁식사에 앞서 샴페인 한 잔 마시는 호사를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샴페인의 맛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도와 과일향과 기포(버블)다. 새콤하고 프레시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산도는 샴페인의 숙성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과일향이 풍부해야 샴페인이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두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양질의 수많은 거품이다.
버블은 이산화탄소(CO2)로서 포도주가 밀폐된 병속에서 2차 발효하면서 생긴 압력이 갇혀 있다가 분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개가 빠질 때 나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샴페인을 흔들어 터뜨림으로써 더 많은 거품을 내곤 한다.
그러나 좋은 샴페인을 딸 때는 절대로,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거품이 샴페인 맛의 생명인데 그걸 미리 다 쏟아버리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좋은 샴페인일수록 기포의 크기가 작고 오래도록 올라온다. 한 과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좋은 샴페인 한 병에서 무려 4,900만개의 버블이 나온다고 한다.
이 기포를 오래도록 즐기고 감상하기 위하여 샴페인은 목이 좁고 긴 잔에 따라 구경하며 마시는 것이다. 샴페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아주 조심조심하여 마개를 여는 법부터 익히는 것이 좋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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