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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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히르

2005-08-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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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힘

여행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다. 가방 하나 달랑 메고 곳곳을 누비는 것은 정말로 흥미진진한 일이다. 거기에는 한 곳에 머물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설렘도 있다.
사랑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은 어떨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까. 한 눈에 반할 사랑을 만나기 위해 찾아다니는 모습은 용기 있는 일이요, 가히 아름다운 일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쓴 ‘오 자히르’는 그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자히르’란 아랍어로 ‘집념’을 뜻하는 것으로서, 무언가를 향해 자꾸자꾸 뻗어나가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그 에너지원이란 다름 아닌 사랑이요, 그 사랑을 만나기까지 곳곳을 누비는 열정이 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힘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통제하려 할 때, 그것은 우리를 파괴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가두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됩니다. 우리가 사랑을 이해하려 할 때, 사랑은 우리를 방황과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
이 책은 그래서 주인공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더 이상 뻗어나갈 수 없는 참다운 에너지원인 자히르를 찾고, 또 만나기까지 많은 낯선 순례자들을 대한다. 곳곳을 돌며 그들과 이야기하고, 또 서로 다른 삶과 가치를 나누고, 그리하여 그들 가운데 영적인 능력을 가진 한 사람과 함께 그 자히르를 찾기까지 직접 순례자로 나서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주인공이 진정한 자히르를 찾아서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자히르는 결코 인간 겉모습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속사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에게 비치는 겉모습을 사랑이라 하여,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결코 만족할 수 없다. 만족하는 순간 이미 그 사랑은 저만치 달아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참된 사랑이란 분명 속사람이 지닌 가치 속에서만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가 있다. 더 이상 뻗어나갈 수 없는 에너지원인 자히르를 만났다면, 평생 함께 살아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과 함께 평생토록 즐거운 여행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게 있다면,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여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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