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양이들과 함께

2005-08-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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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에서 선교를 마치고 며칠 전에 돌아왔다. 미국에 사는 크리스천들이 아프리카에 직접 가서 현실을 눈으로 보며 개인이 가진 재질과 재량을 사용하여 아프리카를 도우면서 복음을 전하는 목적으로 ‘Come and See Africa’라는 선교회를 만들었다.
7월 한달 동안 여섯 명의 단기 선교단원들은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를 여행하면서 선교활동을 하였다. 우리선교 팀은 나의 아내, 나의 조카 조사야, 그리고 세 명의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학생들이었다.
지난 5년 동안의 나의 선교경험은 한인 1세들과의 팀웍이었다. 이번 선교팀은 모두가 미국사람이었다. 내가 깊게 깨달은 것은 “미국사람들은 너무도 독자적이다!”는 것. 각자의 독특한 개성에 맞추어 경험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으로 개인적인 자유를 추구하였기에 여섯 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 함께 노래 부른다거나 함께 움직이는 단체생활이 큰 도전이었다.
한인 선교팀을 리드하는 것을 양떼를 데리고 가는 것에 비교한다면 미국 선교팀은 고양이 떼를 데리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마치 고양이처럼 딴 길로 새어나가려 하였다.
단체생활 문화 차이를 부룬디의 수도인 부줌부라에 있는 한국인 안 선교사 집을 방문하였을 때 확실히 보았다. 그 집에는 한국에서 10여명의 대학생들이 방문중이었다.
우리 일행이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 열 명의 학생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학생들은 쌀을 한 움큼씩 앞에 놓고 쌀을 한 톨씩 세고 있었다.
나는 안 선교사에게 학생들이 벌을 받고 있느냐고 물었다. 쌀 봉지에 쌀이 몇 톨이 있는가를 알기 위해 쌀알을 헤아리고 있는 것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안 선교사는 웃으면서, 학생들이 쌀 속에 섞여 있는 돌을 고르고 있다고 설명하여 주었다. 우리 선교팀이 한인 학생들처럼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함께 쌀알을 헤아리는 장면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한국 학생들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아프리카 말로 노래를 가르친다고 하기에 나는 학생들에게 아프리카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였다.
안 선교사가 “얘들아, 노래 불러라!” 하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열 명이 동시에 일어서서 키른디(부룬디 말)로 노래를 불렀다. 학생들은 일년 전부터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아프리카 말을 배우고 노래를 배우면서 선교훈련을 받았다한다. 미국사람들에게 아프리카 노래를 외워서 합창을 기대하는 선교사역은 거의 불가능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동시동작을 필요로 하는 단체생활이 우리 팀에게 도전이었다면 개인적으로 일하는 것은 쉬웠다. 예전의 선교사역과 달리 우리들은 친교하며 밥 먹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세미나는 개인적인 능력과 노력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성공적이었다. 팀웍은 부족하였지만 개인적 생산지수는 만점이었다.
런던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텔리비전을 보았다. 미국인 남자가 한국에 가서 태권도를 배우는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미국 청년이 주인공이었다. 한 시간 동안 카메라는 이 남자가 태권도 사범들을 찾아 학교와 군대를 방문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물론 미국인 카메라맨과 제작팀 멤버들이 있었겠지만, 화면에는 항상 미국 사람 혼자였고,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항상 그룹으로 나왔다. 영국 박물관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미국 사람들은 대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고 단체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었다.
팀 중심인 한국 사람들에게 독자적으로 일하는 격려가 필요하다면 개인 중심인 미국 사람들에게 팀으로 일하도록 격려가 필요하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팀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보려면 한국을 보라. 개인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보려면 미국을 보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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