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필요한 것 나눠야 진정한 사랑”

2005-07-31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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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국제기아대책기구 정정섭 회장

정정섭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이하 기아대책) 회장이 27일 워싱턴을 방문했다.
지난해 말 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 지원과 관련해 미주한인기아대책기구(대표 이사 이순근 목사)와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긴급 구호는 끝났지만 기술학교 지원, 지하수 개발 등 지속사업들이 남아있다.
이순근 목사는 물론 이사장인 이원상 원로목사, 이세희 사무총장, 임용우 목사 등을 만났고 이에 앞서 뉴욕에서는 한인교회협 회장단과 면담하고 한인교회에서 후원금도 받았다.
지난 21일에는 보스턴에서 11명의 전세계 기아대책기구 대표자들이 모여 효율적 구호활동을 위한 ‘21세기 전략구조 전환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자랑스럽게도 한국 ‘기아대책’이 사용하고 있는 로고가 국제기아대책기구를 상징하는 로고로 채택되기도 했다.
‘기아대책(KFHI)’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전무 이사로 있다가 은퇴한 정 회장이 앞장서 만든 구호기관으로 1989년 조직됐다.
정 회장은 “그 때까지 해외에서 원조를 받는 NGO는 많았지만 ‘주는 NGO’로 생겨난 구호단체는 ‘기아대책’이 최초“라고 말했다. 한국 역사에 세종대왕이 왜구들에게 쌀 몇 백섬을 주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구호단체를 조직한 예는 단군이래 처음일 거이라는 설명이다.
정 회장이 기아대책을 조직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당시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기아대책 등록을 위해 문화관광부 정무실에 갔더니 소관이 아니라며 보사부로 보내더군요. 보사부에서도 보건 업무와는 상관없으니 외무부로 가보래요. 하지만 여기서도 외교적 사안은 아니니까 농수산부로 가는 게 어떠냐고 하더군요. 결국에는 총무처 장관이 유권해석을 내려 보사부에서 등록을 받도록 조처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6개월이 소비됐어요”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너무 빠르다’ ‘국내에도 절대 빈곤층이 많지 않느냐...’는 등.
초대회장이던 최태섭 회장이 “6.25 때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꼭 써야할 것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옛 빚을 갚자”며 주위 사람들을 설득했다. 한국유리는 아직도 든든한 후원기업이다.
기아대책이 조직된지 2년 만에 월드비전 코리아가 생겨났고 3년 뒤에는 ‘유니세프’가 창설됐다. 현재는 44개의 구호단체가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정 회장은 이들 단체들이 연합한 ‘해외원조단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일보가 시작한 ‘사랑의 쌀‘ 운동은 한인들의 모금 문화를 정착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며 “이 캠페인 때문에 기아대책의 모금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후원문의 www.kafhi.org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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