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비룡소

2005-07-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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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된 독일 작가의 장편소설로 기적과 신비가 가득 찬 상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 동화인 이 책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TV 드라마의 대사에서 언급된 이후 또 한번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이보다 더 기발한 상상력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 두꺼운 책의 두께에, 귀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괴상하고 조잡한 듯한 그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나를 흥미진진한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과 친구들의 시간을 훔쳐간 회색 신사들에게 맞서 그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모모와의 숨막히는 대결과 모험의 이야기. 처음에는 잔잔하고, 특별한 긴장 구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회색 신사들이 등장함에 따라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고 모모의 모험도 시작되는 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에 도취되어 나는 책을 금방 놓을 수 없었다.
작가는 상상력을 통해 어른들이 일상 생활속에서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 모습을 회색 신사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빼앗겨서 그런 것이라고 하는 기발한 발상을 생각해냈다. 이책 처럼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저축하여 남은 시간을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요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하철이나 도로 위나, 사람들이 바삐 걸어가거나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적고 자신만의 일에만 몰두한 모습이 삭막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내용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시간을 빼앗기고 난 후에는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어느새 기술과 금전, 시간의 노예가 되고만 현대인의 슬픈 모습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모모는 처음에 이 책에서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능력을 지닌 소녀로 등장한다. 마을사람들은 모모에게 자신의 얘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용기를 얻고 기쁨과 신념을 얻었다. 서로 다투는 사람들도 함께 모모에게 오면 화해의 기쁨을 얻었다.
이렇게 모모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그들의 말을 신중하게 들으며 그들의 마음에 여유를 주어 그들로 하여금 갈등을 해결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해결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고 찾아가기를 바라는 바램이 들어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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