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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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인생

2005-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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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6세다. 머리는 희끗희끗하다. 4년이 지나면 회갑이다. 이제야 철이 들려나. 인생 나이 60이 다되어 철이 들려 하다니 이것도 말이 되는 것인지. 그래도 이제 와서라도 철이 들려 하는 것 같으니 좀 나은 것 아닌가 스스로 자위해 본다. 60 아니라 70이 되어도 철이 들지 못하고 그대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철이 든다는 증거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 진다는 얘기다. 56년 동안 겪었던, 그리고 겪어왔던 세상의 모든 일들.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 소설을 써도 아마 여러 권은 쓸 것 같다. 자랑스러웠던 일 보다는 부끄러웠던 일이 더 많다. 나만을 위해 살아 온 날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직장에서 지나치는 말로 같은 50대와 이런 말을 나눈 적이 있다. “우리야, 자식들을 위한 비료가 아닌가!” 맞는 말인 것 같다. 가정을 갖지 않고 자식을 두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이런 말의 뜻을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갖고 자식을 두고 살아가는 부모들이야 “부모가 자식의 비료가 되어야 함”을 절실히 실감할 것이다.
얼마 전 휴가를 얻어 영성훈련을 다녀왔다. 영성훈련은 다른 훈련과 병행됐다. 약 60명이 참석해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되는 강훈련 속에서 다시 한 번 반성할 기회를 가졌다. 30여 년 전 군에 있을 때 받았던 훈련보다도 더 강한 훈련이었다. 왜냐하면 군에서는 모든 훈련이 아침을 먹게 한 후 실시되었으나 이 훈련은 아침 식사 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내가 묵은 방은 네 명이 함께 쓰는 방이었다. 네 명 중 세 명이 목사였다. 5일 동안의 영성훈련이었지만 서로 사적으로 얘기할 틈이 없었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바로 훈련으로 돌입됐다. 한 목사는 60대, 두 목사와 나는 50대였다. 나이에 비해, 그래도 열심히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시간 한 자동차를 타게 되었다. 이구동성으로 “너무 좋은 훈련을 받았다.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차후 실시되는 2단계 훈련에도 함께 참여하자고 했다. 50대와 6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동훈련이 가져다주는 긴장감과 해냈다고 하는 즐거움이 서로를 위로케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남은 인생을 더 열심히 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렇듯 50대라고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다. 생각과 하기 나름이다. 나이 60, 70이라도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한 봉사 및 사회활동을 펼치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더 성숙한 삶을 살며 한 생을 풍미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철은 빨리 들면 들수록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철이란 말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남을 돌아볼 줄 아는 눈이 떠질 때” 그리고 “모든 것을 조심스러워 하며 겸손해 질 때”가 아닐지. 어쩌면 철이 든다는 것은 경험을 통한 새로운 반성과 출발일 수도 있다. 더 위기가 오기 전 철이 드는 사람들은 복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김명욱
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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