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겁내지 말고 불러 주세요”

2005-07-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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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담당 웨이터 ‘소믈리에(Sommelier)’

손님 음식 메뉴에 맞추어 어울리는 포도주등 추천·조언
상당한 식견 가졌다해도 일단 소믈리에 도움요청 바람직

와인에 대해 배우면서 접하게 되는 새로운 단어중 하나가 ‘소믈리에’(Sommelier)라는 것이다.
소믈리에는 ‘와인 스튜어드’(wine steward)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한국말로 바꾸면 ‘와인 도우미’ 쯤 되겠다. 프랑스 왕정시대에 왕의 식탁에 오른 와인을 미리 맛보던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현대에 와서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발전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이러한 소믈리에가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에게 와인 리스트를 보여주고 와인 주문을 받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제대로 격식을 갖춘 소믈리에는 항상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손에 냅킨을 휴대하며 조끼 주머니에는 와인병 따개인 코르크 스크루를 넣고 있고 체인에 달린 따스트뱅(tastevin, 시음용 은제용기)을 걸고 다니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와인 감별사’ 혹은 ‘와인 감정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소믈리에의 업무는 와인의 맛을 감별하거나 감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와인 주문을 도와주는 사람이므로 단순히 ‘와인 담당 웨이터’라고 하는 것이 적합하다.
소믈리에가 하는 일은 손님이 주문한 음식메뉴 맞추어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주고 선택하도록 조언하는 일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서 생산되는 와인 종류와 맛, 와인과 요리의 매치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손님이 요청할 경우 주문한 와인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박한 와인 지식은 물론, 레스토랑의 리스트에 올라있는 모든 와인의 맛과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하며, 주방에서 만드는 요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유능한 소믈리에는 음식 매상보다 와인 매상을 더 올릴 수 있는 와인 세일즈맨이며, 와인뿐 아니라 모든 음료수와 다른 주류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한인들은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와인을 주문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와인 리스트를 보려고 하지 않거나, 소믈리에가 다가오면 비싼 와인을 권하지 않을까 우려하여 기피하기도 하고, 혹은 기꺼이 선택을 도와주겠다고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자기가 골라서 주문을 끝내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매우 바보스럽고 무례한 일이다.
설사 와인에 대하여 상당한 식견을 가졌다 하더라도 일단 소믈리에가 오면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어느 가격 대의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한 후 소믈리에의 의견을 듣는 것이 예의이다. 그 다음 소믈리에가 원하지 않는 와인을 권할 경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소믈리에가 적절한 와인의 추천으로 식사를 즐겁게 해주었다고 생각되면 5~20달러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반드시 팁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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