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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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가르치미’

2005-07-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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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만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도 생명이 있다. 그 많은 어휘 중에서 어떤 것들은 이미 사어가 되어버려 현재는 아무도 그 말을 쓰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아직 사전에 오르지도 않은 말들이 항간에 널리 퍼져 사랑을 받기도 한다. ‘도우미’라는 말도 그 중의 하나이다. ‘도와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처음에는 낯설더니 쓰다보니 예쁜 말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와주는 일꾼의 이미지 전환을 본다.
요즈음 ‘가르치미’란 말이 눈에 띈다. 말하자면 겨우 출생신고를 한 신생어인데 인상이 좋은 말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란 뜻이기 때문에 느낌이 좋은 지도 모른다.
가르친다는 말은 어느 정도 무게를 느끼게 하는데, ‘가르치미’란 말은 부드럽고 친밀감을 준다. 마치 날씬해진 맥도널드의 마스코트 로널드를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말이 직업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지 않다. 학부모들을 훈련하여서 ‘가르치미’로 만든다고 하는 구절이 있었다. ‘도우미’가 맡는 정도의 일을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교육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대목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 자동차 같은 큰 기업이 학교를 설립하여 일본판 ‘이튼스쿨’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튼스쿨은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로 선발된 학생 전원을 기숙사에 수용하여 엘리트 교육을 하는 학교이다.
뉴욕시 소재 28개 대안학교 재학생들은 고교 졸업 필수인 리전트 시험을 통과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리전트 시험 대신 과학 프로젝트나 연구 논문, 포트폴리오 등으로 고교 졸업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대안학교 학생들은 리전트 시험 합격선이 55점에서 65점으로 상향조정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부산발 교육 개혁이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실이나 학년의 장벽을 허물고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기도 하고, 대학생이 학력 지진 학생을 돕기도 하고 지역사회 각계 각층의 인력이 교육 계획에 참가하거나, 병원에 입원 중인 학생을 방문하여 교육하는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불꽃이 전국에 파급되기를 바란다. 교육은 미래 지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하루아침에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고 몇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사업도 아니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해방감을 준다. 교사들은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학부모에게는 자녀 양육의 부담이 가중되는 어려운 기간이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방학은 각 가정에서만 교육을 전담하는 기간이 아니고 사회 전체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너도나도 가르치미가 되어야만 하겠다.
한 어린이, 한 학생의 교육을 위하여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자라고 있는 하나의 어린 나무를 위하여 모두가 따뜻한 햇볕이 되고, 목을 적셔주는 빗방울이 되고, 포근하게 뿌리를 감싸주는 흙이 되도록 노력해야만 그들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학생들의 방학은 사회 전체가 그들에게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일은 자녀들에게 방학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방학이라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자녀들과 마주 앉아서 그런 일들을 찾아 계획하는 것이다. 꼭 여행을 한다거나 놀이터에 가는 일만이 즐거운 것이 아니다. 일거리를 제공받아서 책임을 지는 일도 즐거움이다.
즐거움은 놀면서 얻기도 하지만 자기에게 맞는 일거리를 찾았을 때의 기쁨은 더 진하다. 이번 여름 너도나도 모두가 ‘가르치미’가 되어서 성장기 자녀들에게 필요한 맑은 물방울이 되면 좋겠다.

허병렬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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