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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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9단 할머니에게 배우자

2005-07-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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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9단
양순자 저

양순자 할머니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올해로 환갑을 넘겨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하게 할머니는 빨빨거리고 세상을 걷는다. 여느 젊은이들의 활력과 에너지 못지 않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할머니...
순자 할머니는 37세부터 교도소 교화의원으로 활동하며 사형수들의 상담을 해온 분이다. 법정영화에서는 나올 법한 사형수들을 직접 상담하고 위로하며 그들이 죽음에 이르기 전에 이승에서 훌훌 털고 가야할 가슴속에 응어리들을 손수 풀어주는 왕성한 활동을 올해로 29년째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어느 종교의 성직자보다 고귀한 할머니의 삶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30년 가까이 직접 사형수들을 만나 면담과 편지전달을 통해 교화를 하면서 스스로 깨닫고 느꼈던 삶의 발자취를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있다.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가졌던 감정뿐만 아니라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할머니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인생의 지혜 등 읽는 순간 막바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로 그득한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잠시 딴 나라 세상에 앉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사형수들은 자신이 형을 받은 사실만을 알 뿐 언제 사형이 집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들의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사형수들은 갑자기 면회를 하는 줄 알고 나갔다가 죽음을 맞이할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한순간 한순간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할까. 결국 할머니 같은 분이 그들이 죽음을 맞기 전에 스스로 정리하고 미련이나 한이 남지 않도록 배려해주니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일인가.
사형수와 교도소 밖 우리들의 상황은 불시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다. 언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치어 죽을 수도 있고 고속도로를 가다 졸음운전을 하는 덤프트럭과 충돌할 수도 있으며 평소에 멀쩡하다가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명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 아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평소에 자신들의 가족이나 친구, 주위 사람들에게 원 없이 사랑을 베푸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왜 항상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삶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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