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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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인생

2005-06-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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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사는 동안 여러 차례의 졸업을 경험하게 된다. 우선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살고 나서 졸업을 하고 세상에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학교 가기 전까지 어머니 품에서 7년을 살다 또 그 품에서 졸업한 후 초등학교로 들어간다. 이때부터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사람에 따라 대학교, 대학원까지 가게 되면 보통 태어나서 17년 이상을 지나는데 그동안 학교 졸업 횟수는 4~6차례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졸업은 말 그대로 끝이 돼야 하지만 실은 이것이 기점이 돼 또 다른 시작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은 졸업이란 절차만 있을 뿐 끝이 없고 계속되고 또 계속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졸업’하면 학생들은 무언가 인생의 꽃이 활짝 피는 줄 알지만 알고 보면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요 더 큰 고난의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곤 한다.
실제로 우리는 태어나기 전 어머니 품안에서 열 달 동안 얼마나 편했는가. 또 세상에 나와 어머니 품에서 학교 가기 전까지 7년 동안 자라면서 무슨 근심과 고통이 있었는가. 어머니가 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해서 아무런 근심과 고통을 몰랐다. 그러나 어머니 품에서 일단 떠나 우선 초등학교에 가서부터 경쟁이 시작되면서 중학교에 가면 조금 더 큰 경쟁 속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극심한 경쟁을 체험하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율동이네, 노래네 하며 그런 대로 재미있게 지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움이 더 커지고 고난이 점점 더 크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세상에 나와 졸업은 여러 차례 해도 고난과 경쟁을 살수록 벗어나기는 어렵다. 졸업 때까지 점점 더 어렵게 온 것은 세상살이가 살수록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위한 버팀목을 위해 단계적으로 어려워지는 공부를 체험해본 것이다.
‘어려움은 이렇게 깨우쳐 가라’ 즉 앞으로 다가올 문제에 대항하기 위한 힘을 길러주고자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교과과정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졸업이 인생살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 전문직이나 기술직 분야 외에는 졸업장조차 현실에서 제대로 쓰여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인생은 졸업을 했다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오 인생의 왕관이 씌워지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그동안 어렵사리 배운 것 실제로 보면 사회에서 써먹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침에 해가 떠서 서산 언덕으로 질 때 보면 황혼에 그 노을지는 색을 보고 허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제까지 배운 졸업증서는 인생의 보이지 않는 면류관이다. 그것을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어떤 삶의 허탈감을 없애는데 지우개로 써라. 그러면 그 인생이 결코 헛되지 않고 힘이 될 것이다. 만일 학교에서 배우며 졸업한 것을 사회에서 승진하기 위해, 아니면 왕관을 쓰려고 한다면 결과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나 졸업을 하나의 힘으로, 삶의 방패로 쓴 사람은 허탈하지 않다. 활기차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바로 그 점을 깨우친 사람들이다. 졸업하는 자여, 그대들이 받아든 빛나는 졸업장, 그것은 어둡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데 큰 힘이 되고 방패가 되리라.


여주영/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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