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동주를 생각한다

2005-06-10 (금)
크게 작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하던 해맑은 시인을 기억하는가. 이 아름다운 노래는 민족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중 옥사한 윤동주의 시집이다. 그는 일본 관동군 산하 ‘731’부대의 생체실험 주사를 강제로 맞으며 죽음을 앞두고 고국을 그리면서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줘’를 애절하게 부르다가 만27세의 나이로 해방을 앞두고 영원한 자유의 나라로 떠났다.
그가 부르던 고향노래는 흑인 노예들의 노래였다. 그도 나라와 말까지 빼앗기고 고향 옹점에서 평양-용정-서울-도쿄-후쿠오카로 떠돌았던 고향 상실자였고 원수의 나라 감옥에 갇혔던 죄 없는 죄수요 노예였다. 지난 2월13일 그가 옥사한 후쿠오카 형무소(현 사와과구 모모치 구치소)에서 거행된 6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설날 아침 머리까지 내려앉은 잿빛 구름도 우리와 같이 흐느끼며 그가 노래하던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 추모식에는 일본인 윤동주 시사랑 모임 회원들과 일본 언론인들도 그 날 현지 신문에 윤동주에 관한 논설이 들어있는 신문과 흰 국화를 들고 죄인으로 서 있었다.
추모식 전날까지 만해도 북간도에서 1년간 머물며 윤동주의 묘와 생가를 찾아낸 오오무라 교수나 윤동주가 생체실험주사를 맞고 죽었을 것이라며 울분하던 의사 다께다 마쓰키쓰씨의 말에 위로를 받았지만 아무리 일본 제국주의와 일본인이 다르다고 해도 일본인 어느 누구도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은 예의 바르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생활철학이 있으면서도 남의 땅 독도를 저희들의 것이라 떼를 쓰고 거짓 역사를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은 예전에 못쓰게 했던 우리 한글 안내 표기판이 중요 역이나 공항마다 있고 냄새난다고 구박하던 김치도 잘먹고 있다.
그뿐 아니다. 종군 위안부로 마구잡이로 끌고 가던 예쁜 우리 처녀들을 이제는 거액을 주고 광고 모델로 모시는가 하면 애국 청년들을 죽이고 징병 징용으로 끌고 가서 파리목숨같이 죽이더니 지금은 배용준의 사진을 붙여놓고 우상처럼 섬기고 있는 것을 보면 소태 맛 웃음이 나온다.
윤동주를 연구하는 일본인 교수들이 그에 대한 연구가 너무 늦어 자료수집이 어렵다고 안타까워하는데 우리 문인들은 무슨 일에 그리 분주한가. 그 추모식엘 다녀와서 몇달동안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줘’를 흥얼거리며 어떻게 그런 분을 잊고 그의 주옥같은 시도 멀리하고 살았을까 반성했다.
학계에서는 100년후면 지구상의 언어들의 90%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고 명시들을 남겨놓은 선진 시인들이 있다는 것은 민족적으로 큰 행운이다. 자랑스런 우리 글이 이 땅에서도 영원하기를 염원하며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낭송 회를 마련했다. 일본인들이 ‘서시’를 일본 국어 책에도 넣고 이미 100회 이상 가진 윤동주 시 낭송회를 LA에서 처음 준비하며 힘들어하는 것이 죄스럽다. 6월 11일 우리 다 같이 ‘서시’를 낭송하며 같이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줘’를 한 목소리로 불러 보기를 희망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