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2005-05-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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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정애리 저


이웃과 함께 울고 웃는 여자인 배우 정애리씨의 희망일기 45편을 담은 책이다. 17년 전 정씨는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 전국 고아원을 헤매는 역할의 드라마 촬영을 위해 서울 노량진 아동보호시설을 방문하였다.
그때 관심을 갖게 된 ‘성로원’의 아이들과 인연이 닿아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그 사랑이 희미해지기는커녕 그 열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정애리씨는 빡빡한 방송 일정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보호시설을 찾아가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였다.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저자는 그들보다 가진 것이 많고 받은 달란트가 많음을 깨닫고는 나누고싶은 마음을, 빚진 마음을 느낀다. 독거 노인과 어찌할 수 없는 사정으로 부모와 헤어져 사는 어린이 등 소외된 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 그들을 기쁘게 하면 덩달아 자신도 물밀듯 밀려오는 행복을 느끼기에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얻는 유익이 더 많다고 말한다.
방송과 연기로 바쁜 일상 속에 있는 그녀가 시간을 쪼개어 흑석동 언덕 위에 그룹 홈 ‘하래의 집’을 개원하는 모습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볕이 잘 들고 마당이 있는 조촐한 양옥집을 구하여 ‘아래로 임하소서’는 뜻을 가진 ‘하래의 집’을 손수 만들어 그곳에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3대가 사는 가정을 만든다.
가정의 소중함과 그 안락함을 느끼도록 하는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대할 때는 정애리씨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구나, 이 모든 사랑이 가식이 아니고 진심이구나 느끼게 된다. 또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 두 집 살림을 하는 비용이 만만찮음에도 사람들은 지나치게 가식된 사랑이라고 비난의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씨는 그래, 이 아이들과 할머니들에게는 가식된 사랑일지라도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니 멈출 수가 없다며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날마다 천사를 기다리면서 자신이 천사가 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지 않는 한, 세상이 달라지는 날도 오지 않을 것이며, 인생이 달라지는 날도 오지 않을 것이다. 여기 한 명의 실존 천사가 있다.”라고 책 말미에 이외수는 추천사를 썼다. 결코 넘치는 찬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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