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화는 사랑의 열쇠

2005-05-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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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마음 편히 사세요/친구들아, 먼저 간다. 잘 지내라.”
한국에서 한 젊은이가 짧은 글을 남겨놓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사춘기에 있는 젊은이들은 예민해서 자극을 받으면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부모들은 가슴을 졸인다. 밖에 나간 자녀들이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또한 그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살펴보며 벽이 없는 대화를 통하여 문제 해결의 열쇠를 주어야 한다
그 젊은이는 과학기술원 시험에 낙방하고 절망속에 방황하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따뜻한 말로 “아들아, 용기 잃지 말고 다시 도전해 보는거야. 너의 능력을 이 엄마는 믿고 있으니까”라며 위로해 주었더라면 재도전의 용기를 가지고 죽음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였을 때 지혜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자녀들은 보고 배운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로 비춰진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용기를 주는 교육 방법은 큰 힘으로 작용하여 성공의 발판이 된다.
자녀는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관리 대상일 뿐이다. 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생각과 진로에 길잡이 역할을 할 때 아이들은 티없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들과의 정겨운 대화는 자녀들의 마음을 열고 갈등하는 내적 고민도 서슴없이 털어놓으며 부모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게 한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꿈을 너희들은 꼭 이루어야 한다며 대리만족을 요구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녀의 능력이나 재질은 상관 않고 무조건 판사, 의사,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본다.
우리 가족이 남미로 이주하였을 때의 일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침에 새옷에 가방을 메고 나서는데 얼굴이 어두웠다. 조심스럽게 살펴보았지만 아들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한 채 학교에 도착하였다.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 담임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아들이 뛰어나왔다. “마미따(엄마) 나도 엄마 따라 집에 갈래요” 앙앙 울며 매달렸다.
평소에 말 잘듣고 착한 아들이었다.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아들을 감싸 안았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엄마, 나는 이 나라 말을 한마디도 못하면서 학교에 가서 바보 같은 것이 싫어요. 그러니까 옆집 친구들과 같이 놀며 말을 배워서 내년에 학교 가겠어요”라며 뚜렷한 자기 소신을 말하는 게 아닌가.
어린 6세의 판단이 부모들의 생각을 능가하기에 쾌히 아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다음 해에 아들은 입학하여 대학을 마칠 때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리더로 활동하더니 사회에서는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나온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긍정적으로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 주던 아빠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아이들은 말한다. 대화는 사랑의 열쇠이니까.


박안젤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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