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하늘나라는 어디에

2005-05-21 (토)
크게 작게
손자들의 놀이방 한쪽 내 책상앞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담장넘어 뒷집 지붕위로 하늘이 열려 있고 그 오른쪽으로는 무궁화 나무가 우뚝솟아 있다. 나는 여기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냥 하늘 쳐다보기를 더 좋아한다. 푸른 하늘과 초록색잎 잎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싱그러운 향기가 느껴져 노안이 밝아지고 마음이 평안해지기 때문이다.
무궁화 꽃은 무성한 잎사이로 연연한 연분홍색깔의 꽃이 일년내내 피고지고 한다. 아침나절 찬란한 햇빛을 받고 푸른잎사이로 피어 있는 여린 무궁화꽃은 청아한 자태가 고혹적이다.
담장위는 무궁화 가지속을 둥지로한 참새들의 놀이터여서 나란히 앉아 속삭이고 사랑놀이를 하고 싸움질하는 정경을 구경한다.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와서 부리가 노란 새끼의 입에다가 먹이를 먹여주는 애틋한 모성애는 살아가는 이치가 사람하고 같아 그동안 생명의 본질을 경시해 온 나의 이기가 부끄럽다.
요즘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늘나라는 어디에 있을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자주한다.
사색을 하다보면 논리가 비약하고 상상의 늪에 쉽게 빠져들기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대개 황천에 가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믿는 종교에 따라 천당도 가고, 극락에도 간다.
저승이 다른 별나라에 있기에는 영혼이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악하다. 황천은 망령이 현몽하고 무당이 초혼하여 귀신이 꿈속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현상계의 뒤안에 있고 천당은 여호와의 말씀이 모세에게 들리고 예수가 부활하여 제자들앞에 자주 현신하는 것을 보면 가까운 공간의 어딘가에 있는것 같다. 황천은 4차원 세계이고 천당과 극락은 고차원 세계가 아닐는지.
그러나 지금 내가 천당을 논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애꿎은 생명이 전쟁으로 수없이 죽어가고 있다. 전쟁을 일으키고 테러를 자행하는 비정한 광신자들이 한갓 그들의 믿음 때문에 천국에 간다면 천국의 도덕성이 의심되는 웃기는 일이다.
나는 언제나 단 하나의 소망만을 기원한다 “하늘에서 이룬것 같이 땅에서도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하고.

남진식/사이프러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