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다 대범한 시장을 바란다

2005-05-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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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한은 시장실을 위축시켰고, 그런 그에게서 LA 시민들은 자리를 빼앗았다. 17일 선거에서 투표율은 투표 가능한 LA 유권자의 3분의1에 불과했지만, 투표한 사람들은 분명하게 현직 시장 대신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시의원을 선택했다. 두 사람이 본선에서 대결한 것은 4년 전에 이어 두 번째인데 당시 비아라이고사에게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했던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그만큼 달콤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무엇이 변한 걸까? 변한 게 별로 없다는 게 문제이다.
유권자들은 무너져 가는 학교 시스템에 대해 뭔가를 하는 시장, 교통이 원활히 움직이도록 애를 쓰는 시장, 약속했던 경찰 증원을 실제로 이루는 시장을 바란다. LA 통합교육구는 시장의 직접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느니, 탐욕스런 새크라멘토 정치가들과 인색한 워싱턴 정치가들 때문에 돈줄이 박혔다느니 하는 소리들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차원 더 올라가면 국제 경제무대에서 LA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리더를 바라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패배를 딛고 일어선 싸움이라 할지라도 쉬운 파트였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려면 비아라이고사는 그의 연대결성 기술을 모조리 쏟아내야 할 것 이다.
예를 들어 시장실의 제한된 권한을 가지고 학교 개혁을 추진하려면 교육감이나 교육위원회뿐 아니라 한때 그가 조직의 책임을 맡았던 교사노조까지 어르고 구슬러야 한다. 한 시장의 성공 인선으로 꼽히는 윌리엄 브래튼 경찰국장을 끌어안는 한편, 한 시장이 내친 버나드 팍스 시의원과도 거리를 두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 시장의 패배를 보고 잘못된 교훈을 끌어내서는 안 된다. 너무 강경한 결정은 표를 깎아버린다는 것이다. 한 시장의 경우, 사실 그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결정한 내용을 강한 리더십으로 밀고 나가지 못해 표를 잃은 경우가 더 많다.
이번 선거의 역사적 의의는 크다. 비아라이고사는 스페인 이름의 도시에서 현대에 탄생한 첫 라티노 시장이자, 전국적으로 가장 저명한 라티노 정치인 중의 한 명이 될 것이다.
비아라이고사 시장 당선자는 대범하기를 바란다. 폭넓게 아이디어를 구하고, 아이디어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준 사람들도 팀으로 포용해야 하겠다. 이전의 라이벌 밥 허츠버그에게 학교 개혁의 책임을 맡기고, 사우스 센추럴 주거 및 상업지구 개발 투자유치 작업을 팍스에게 부탁하라. 한을 지지했던 동료 시의원들을 쫓아버리는 속 좁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
이 도시를 소중한 가업을 잇듯이 다루기를 바란다. 정직하게 운영하고 시청을 개방하며, 정치 헌금자들이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겠다.
그리고 의심에 찬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 시장직을 단순히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디딤돌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 자리를 디딤돌로 여긴다면 그것은 앞으로 4년간 눈부시게 일을 해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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