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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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로 프로젝트’

2005-05-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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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랄 때 속담과 잠언을 들으면서, 어떤 말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너는 네 식물을 물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와 같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 잠언은 솔로몬 왕이 저자인 전도서에 있는 말이다.
이 잠언의 의미가 무엇인가? 대강 해석하자면 우리가 선행을 할 때 넉넉하게 하라는 말이다. 우리가 한 자선이 언젠가는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며칠 전 나와 나의 아내는 “식물을 물위에 던지라”라는 잠언을 실생활에서 경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거의 17년 전 우리가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는 셋집에서 살았다. 우리는 집을 사기 위하여 근검절약하며 돈을 저금하였다. 한 방법으로 아내는 한국식 저축클럽인 계를 들어 다운 페이먼트를 마련하였다. 매달 12명의 참여자들이 돈을 공동으로 모아서 제비를 뽑아서 돈을 타갔다.
이러한 방법은 위험성이 높기에 정직과 신뢰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코리안 스타일 은행은 참여 회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용을 지키며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감당하여야 한다. 아내는 계를 3번하였다. 처음 두번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우리가 투자하였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목돈으로 받았다.
그러나 세번째 계는 실패하였다. 돈을 빌려간 사람이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돈을 돌려줄 형편이 못되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장사를 성공하여 나중에 갚아라” 하며 돈 받기를 포기하였다. 그때가 1992년이니까 거의 13년 전 일이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르완다 목사들 중에 한 분인 폴 목사가 있다. 그는 고물차인 도요타 세단을 타고 다니며 목회를 한다. 울퉁불퉁한 아프리카 시골길은 그의 차를 더 털털거리는 고물 차로 만든다. 황토 먼지는 자동차 필터를 막히게 하고 움푹 패인 길바닥은 타이어를 고장나게 한다. 선교활동 중 우리를 움직이게 하여 주던 폴의 차가 2003년 여름 선교를 마치고 르완다를 떠나 올 즈음에 고장이 났다. 부품이 없어 그 차는 일년 내내 차고에서 쉬고 있었다 한다.
2004년 우리가 아프리카를 다시 방문하였을 때 폴 목사는 차고에 있었던 고물차 도요타를 고쳐서 우리를 마중 나왔다. 폴 목사는 르완다 수도인 키갈리에 있는 유능한 전문가가 고쳐 주었다고 하였다. 나는 그에게 “이 차를 나사로 라고 부르자. 죽었다가 살아났으니까”라고 말하였다. 폴은 나의 제안에 껄껄 웃었다.
우리가 미국으로 돌아온 후 몇 주일 후에 도요타는 다시 고장이 나서 폐차시켰다고 하였다. 지난 9월 나는 용감하게 폴 목사에게 전자메일로 2005년 여름에 나사로를 대신하는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나사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사랑의 헌금 목표를 5,000달러로 세웠다.
아프리카나 미국이나 목사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다. 선교비용으로 비행기 값이며 세미나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면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폴 목사 차를 구입할 자금을 마련할 길이 보이지가 않았다. 몇 달을 고민하다가 폴 목사에게 전자메일로 이번 여름에 ‘나사로’를 대신할 차를 사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 나의 실망을 전하였다.
전자메일을 보낸 이틀 후에, 우리는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오래 전에 계로 관계를 맺었던 사람한테서 온 편지였다. 그녀는 자기의 사업이 회복되어 돈을 갚게 되어 기쁘다는 내용과 함께 ‘6,825.50달러’라고 적힌 수표를 보내왔다.
“너는 네 식물을 물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라는 잠언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말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물위에 던진 빵을 적당한 때에 도로 찾게 되었다.
“폴 목사, 나사로를 대신할 차를 빨리 고르세요!”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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