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끝없는 숨바꼭질 ‘밀입국’

2005-04-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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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숨바꼭질 ‘밀입국’

피스 아치 캐나다 국경 표지판. 뒤로 보이는 바다 물이 썰물일 때를 이용해 미국으로 잠입한다.

‘걸어서 越境’ 국경 따라 매우 광범위
연방경찰 동행 밀입국 주요 루트 답사

“날씨가 좋은 날이면 피스 아치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이들 중 일부는 교묘히 밀입국을 시도하기 때문에 관광 버스가 도착했을 경우 심지어 나중에 승하차 인원수까지 체크합니다”
26일 연방경찰과 이민부는 한인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밀입국 및 밀수 실태에 대한 설명과 아울러 피스 아치부터 국경지대(제로 애브뉴)를 따라 칠리왁에 이르기까지 밀입국 루트를 상세히 안내했다.
이 자리에서 연방경찰 국경 보전 및 감시대(Border Integrity Program) 소속 거이 라프람보이제 경관은 밀입국이 시도된 루트들을 보여주면서 “한인, 베트남인, 멕시코인, 인도인을 막론하고 길 안내를 비롯 밀입국과 관련한 각종 불법활동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밀입국 장소가 알버타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온타리오주에서 밀입국을 주선하다 미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한인 경우 한 때 밴쿠버에서 밀입국 활동에 간여했던 인물”이라며“이를 통해 밀입국 시도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국경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99년 여름 어선 3척을 타고 600여명의 중국인이 밀입국을 시도했을 때 승선하여 조사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마약과 총기류 반입 문제 못지 않게 밀입국을 통한 인신매매가 문제”라고 말했다.
라프람보이제 경관은“범죄조직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한 여성들 상당 수가 LA, 뉴욕 등지에서 성 매매를 하기 위해 캐나다에 도착하고 있다”며“밀입국과 관련 길 안내를 한 자들은 길 안내만 하고도 1인당 300~400불을 받으며 아보츠포드에서 검거된 한인 여성 경우 밀입국을 주선한 밴쿠버 거주 한인에게 1만 불이나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밀입국 루트와 관련 밀입국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세이프 하우스(안가: 민박의 일종) 등지에 머물면서 밀입국을 노리는 이들은 조금 전 루트 방문시 보여준 썰물 때 해안 지역, 국경 근처 라즈베리(나무딸기)밭, 골프장, 산악 지대 등을 이용한다”며“감시인력이 밀입국을 완벽히 막지는 못하지만 적외선 감시 카메라, 진동 센서 등 첨단 장비 설치와 함께 국경 감시 인력도 증원되어 한층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인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무비자 입국제도 폐지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오늘 취재를 계기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한인이 없기를 바란다”며 “밀입국은 물론 밀수에 개입된다고 의심되는 경우 신고해 줄 것과 신고자에 대해서는 포상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인 기자들과 동행한 캐나다 국경 서비스국(CBSA) 소속 정보 담당 관리인 앤디 오스본씨는“밀입국과 관련 정확한 통계는 미국 측이 보유하고 있지만 밀입국 인원 수 면에서 한국은 중국보다는 훨씬 많고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며“미국으로 향하는 한인 밀입국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비자 없이 캐나다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한인 언론의 밀입국 루트 방문은 주밴쿠버총영사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으며 총영사관 측에서는 한성진 영사 등이 동행했다.
/안영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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