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고의 레스토랑서
포도주 한잔 마셔볼까?”

2005-04-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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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스’와인 리스트

윌셔와 웨스턴에 새로 오픈한 ‘오퍼스’(OPUS)의 와인 리스트가 진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전 찾아가 보았다.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한인타운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히 업스케일한 바와 라운지가 한 눈에 들어왔고, 아름다운 한인여성 매니저의 안내로 홀에 들어가니 최고급 인테리어로 장식된 세련된 내부와 종업원들의 프로페셔널 서비스 등 한눈에도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몇가지 음식을 먹어본 결과, 오퍼스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무엇보다 매우 훌륭한 음식 맛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한쪽 벽에 설치된 와인 캐비넷.




▲소믈리에 노얼 바움이 프랑스 최고급 보르도 와인중 하나인 무통 로실드(Mouton Rothchild 2001)와 3리터 짜리 오퍼스 원(Opus One·1996)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특별 와인 바 신설 세계 각국 200여종 구비 부담없는 값에
12년 요식업 종사 1.5세 한인 주인 6개 식당 운영 음식맛도‘짱’

오퍼스의 사장은 1.5세 한인 잔 정(35)씨로 9세에 이민 온 그는 23세부터 식당업계에 종사하면서 15개의 식당을 오픈, 현재 오퍼스를 비롯한 6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이 방면의 전문가이다. 샌타모니카의 오개닉 식당인 컴포트 카페(Comfort Cafe)와 매니스(Mannies) 베이커리, 레이지 데이지(Lazy Daisy), 프레드 시걸(Fred Segal), 리틀 홍콩 카페(Little Hongkong Cafe) 등이 모두 그가 운영중인 식당들이다.
그는 7년전부터 와인을 좋아하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자연히 ‘많은 사람이 좋은 와인을 좋은 음식과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되었다. 그 꿈을 그대로 이룬 것이 오퍼스로, 이곳은 그가 경영중인 다른 식당들보다 특별히 와인 바에 치중한 식당이다.
오퍼스의 와인리스트는 와인판매회사와 소믈리에 등 전문가 6명이 만들었으며 샴페인으로부터 디저트 와인까지 세계 각국의 포도주 200여종을 구비하고 있다. 정사장의 취향이 반영된 듯 캘리포니아와인과 이태리산 와인이 특히 많은데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많이 갖췄다는 것이 그의 설명. 값비싼 고급 프랑스 와인보다 이태리 와인이 오히려 스테이크 등 여러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구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퍼스의 와인 리스트가 좋은 점은 무엇보다 가격이 상당히 싸다는 점이다. 한인들이 즐겨 마시는 조던(Jordan) 카버네 소비뇽이 60달러, 케이머스(Caymus) 98달러, 케익브레드 셀러스(Cakebread Cellars)가 135달러로 비슷한 급의 다른 식당보다 3분의 1 정도가 싸게 책정돼있다. 정사장은 “좋은 식당에서 좋은 와인을 시켜 마실 때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웠던 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와인을 편한 마음으로 마실 수 있도록 마진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문화를 선도해가고 싶다는 그는 “미국인들도 아직은 와인을 잘 모른다”며 “식당에서 와인을 시킬 때 잘 모르면 절대로 어려워하지 말고 소믈리에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권유했다. ‘이런 음식을 시켰는데 이런 정도의 가격 대에서 잘 매치되는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전문가의 입장에서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잘 맞춰 골라주는 것이 소믈리에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오퍼스의 소믈리에는 ‘알렉스’ ‘파티나’ 등 유명 식당에서 일했던 노얼 바움(Noel Baum)으로, 정사장은 앞으로 소믈리에를 한명 더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자신의 와인 셀라에 수백개의 와인을 저장하고 있는 정사장은 ‘오퍼스’의 주인답게 나파 밸리의 최고급 적포도주 ‘오퍼스 원’(Opus One)의 50개 빈티지를 다 모으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 오퍼스 원의 역사는 50년이 안 되지만 매해 750ml와 1.5리터, 그리고 3리터짜리 세 종류를 생산하므로 각 해에 나온 3개 사이즈를 모두 모으면 그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퍼스는 지역적으로는 한인타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지만 사실은 일부러 한인타운을 선택한 것도, 주고객 대상이 한인들인 것도 아니다. 그래도 정사장은 한인 고객의 비율이 20~30% 정도는 되어주기를, 그리하여 한인타운에서 한인과 미국인들이 함께 인조이 하는 고급식당으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으로써 한인타운에도 이런 곳이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또한 다른 곳에서 식사를 끝내고 들러서 와인 한잔하고 갈 수 있는 유명 와인바로 키워가고 싶은 바램을 갖고 있다. 그의 바램이 성취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오퍼스는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3760 Wilshire Bl. LA, CA 90010 (213)738-1600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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