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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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삼형제

2005-04-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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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삼형제라는 말이 있다.

소나기는 반드시 세 갈래로 내린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또한 소나기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갑자기 쏟아지고, 갑자기 거세지고, 갑자기 그친다.
그렇게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를 소낙비, 장대비라고 한다.
소나기는 취우라고 하지만 우박을 동반하면 누리 혹은 백우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소나기 지난 뒤의 청명한 하늘, 나무마다 생기가 돋고 마음도 상쾌해진다. 참으로 소나기는 자연이 한 마디 던진 시원한 조크이며 참신한 위트라고 하겠다. 그리고 소나기 내린 후에 아름답게 핀 무지개는 자연이 만든 예술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소내기는 평안도 방언이지만 말 그대로 소를 걸고 내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내린 비를 소내기라고 불러왔다는 설도 있다.
생계의 수단으로 농사에만 의존했던 우리네 조상들은 기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을 이내 또는 남기라고 한다. 이 이내보다 좀 수증기가 많은 것이 안개 이다.
그런데 이 안개와 이슬비 사이에 ‘는개’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비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슬비보다 약간 큰비가 가랑비인데 보슬비, 부슬비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은근히 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은비, 금비, 꽃비, 단비, 실비, 찬비, 한비, 밤비, 솔비 이렇게 비를 가지고 아름다운 이름을 짓는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소나기 민족이다.
국민 정서가 소나기처럼 들끓다가도 언제 그랬는가 싶게 금방 사그라진다.
폭음, 폭식, 폭언 모두 소나기 삼형제들이다. 소나기술을 마시고 소나기밥을 먹고 소나기말을 퍼붓는다. 그 중 소나기 펀치를 날리는 언어 폭력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국회에서의 독설, 정치인들의 말실수, 연예인들의 구설수, 직장 상사의 극언, 술자리에서의 망언, 이웃의 험담, 마구 내뱉는 욕설, 위정자의 감언이설, 짓궂은 유언비어, 귀따가운 잔소리 이렇게 우리는 언어 공해 속에서 시달리고 있다.
이럴 때 아무리 언어 정화를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우선 인화가 선결되어야 거친 입도 부드러워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품위 있는 유머와 위트로 무지개 같은 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인생의 멋이 아쉽다.

고영주/ 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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