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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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2005-04-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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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저




행복한 시간에 대한 장편소설이다. 행복했었던 과거의 시간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인 행복한 시간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 속의 주인공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조금만 읽고 나면 눈치챈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음을 좀 깨우치라는 의미가 다분히 담겨있다.
지독히도 불행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소설은 보여준다.
세 명의 생명을 빼앗고 사형선고를 받은 흉악범 정윤수의 삶이나, 남 보기에는 유복한 삶을 사는 대학교수 문유정의 삶이 그 은밀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유정은 사춘기 시절, 성폭행의 실마리를 제공하고서도 은폐로 일관하는 친 엄마를 미워하며 자살을 세 번이나 시도한 내력이 있다.
비단 윤수와 유정의 삶만이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오면서 겉으로 혹은 속으로 상처받고 신음하며 죽지 못해서 산다고 말할 사람이 대다수다. 호흡하는 모든 인간은 상처받으며 살고 있고, 이미 사형언도(죽음)를 받은 운명 이다.
이렇듯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가슴 저릿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 환하고 찬란한 세상을 두고 고통 쪽에서만 서성일 것이 아니라 참회할 것은 참회하고 용서해 줄 것은 용서하며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행복하게 살아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생각하게 된다.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형수의 하루, 그리고 우리의 하루의 삶 자체가 각각 평생의 삶과 연결됨도 깨닫게 된다.
‘행복한 시간’의 조건은 모니카 수녀의 역할로 보여주는 무조건적이며 헌신적인 사랑(혹은 신, 우리를 창조한 신은 사랑이기에)이며, 그 다음 저절로 이어지는 참회, 용서라는 뻔한 내용을 그러나 바로 그것이 진실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단지 존재하는 그 자체가 무한한 축복이며 행복이라고 이 소설은 우회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단순한 진리를 깊이 이해하고 ‘항상 기뻐하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 이런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데는 얼마만한 시간이 필요한 걸까. 너무도 단순한 것인데 이다지도 깨닫고 실천하기가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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