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재해의 역사
2004-12-29 (수)
우리는 우주가 150억년 전에, 은하계는 130억년 전에, 지구는 45억년 전에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는 태도는 1만년 전 우리 조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태평양에는 해일경보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과거에 이 지역에서 해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양에는 없다. 이 지역 국가들이 가난한 탓도 있지만 그 곳에서 해일이 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상 최악의 폭발은 7만1,000년 전 이번 지진이 일어난 곳에서 불과 100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당시 폭발로 1만평방마일 넓이에 두께 1,000피트 짜리 지표가 날아갔다. 이것이 해를 가려 마지막 빙하시대가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양은 해일 빈발지역이 아닌 것으로 여겨져 왔다.
지진은 대체로 땅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미국인들은 지진은 서부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1811년 미시시피 일대에서 1906년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한 지진과 맞먹는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배가 강으로 던져졌고 섬들이 사라졌다. 이 지진은 워낙 파괴적이어서 연방의회는 1815년 농부들을 돕기 위한 첫 구호법을 만들었다. 미시시피 지진은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지만 인구가 1만명 미만으로 얼마 안 되는 데다 통나무집이 지진의 충격을 잘 흡수해 인명 피해는 적었다.
이런 재난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가. 물론이다. 2억년 전만 해도 지구는 대륙이 하나뿐이었다. 이것이 지금처럼 갈라지면서 일어났을 대 폭발을 한번 상상해 보라. 대륙을 떠받치고 있는 판들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지진이 일어날 필요도 없다. 바하 캘리포니아는 매년 2인치씩 멕시코에서, 미국은 1인치씩 유럽에서, 마우이는 3인치씩 남미에서 멀어지고 있다. 기술 발달과 함께 미래의 지질학자들은 지표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971년 실마에서 진도 6.4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 지역에는 1889년 펜실베니아 존스타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너져 2,200명을 죽게 했던 것보다 더 큰 댐이 있다. 과학자들은 1971년 당시 8초만 더 흔들렸더라면 이 댐은 무너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이 댐의 영향권인 샌퍼낸도 밸리 일대에는 5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지난 일요일 발생한 지진은 인도양 해저 수마일 지점에서 일어났다. 9.0의 진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거의, 스리랑카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로 인한 해일 때문에 여기서 3,000마일 떨어진 아프리카 해안에서도 사람이 죽었다. 1960년 발생한 칠레 지진은 6,200마일 떨어진 하와이까지 해일을 몰고 가 61명을 죽게 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바다 한 가운데서는 해일을 느낄 수 없다. 파고 1~2피트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비행기 속도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파도가 높아지는 것은 수심이 얕은 해안 가까이 와서다. 1958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지진은 높이 1,720피트의 해일을 일게 했으나 다행히 아무도 없는 황무지를 강타했다.
대륙이 바다로 떨어져 들어갈 가능성은 늘 있다. 카나리제도의 작은 섬 라팔마에 있는 화산은 200년마다 한번씩 폭발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알래스카 때보다 몇 배나 되는 해일이 발생할 것이며 보스턴과 뉴욕, 워싱턴과 마이애미 등 대서양 연안의 마천루들은 바다에 잠길 것이다. 화산은 폭발하기 전 신호를 보내며 해일이 미 동부를 강타하기까지는 8시간이 걸리지만 모든 주민을 대피시키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화산을 미리 쪼개 피해를 예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데니스 스미스/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