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과 이성 사이의 희망

2004-12-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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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억 5,000만 명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최대 명절의 하나를 경축할 것이다. 이 날은 요한의 말대로 “말씀이 육신이 돼 우리 사이에 산” 날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의 좌파와 우파는 늘 하는 논쟁을 벌여왔다. 리버럴 진영은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즐거운 공휴일’(Happy Holidays)이라고 인사하는 사람들과 종교 음악을 금지하는 교내 합창단, 예수 탄생 장면 모형을 전시하지 않는 공공 기관들을 칭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파 진영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공격’을 비판하고 있다.
연례 행사인 이 두 진영간의 충돌 뒤에는 성격을 글자 그대로 믿는 축자주의와 신앙을 보다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 간의 대립이 있다. 성스러움을 배제하는 세속주의와 바이블을 글자 그대로 믿는 보수주의는 미국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종교적인 인사들이 토론과 의심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비종교적인 인사들이 신앙이 환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사태는 호전될 것이다.
미국은 종교적인 나라이다. 뉴스위크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90%가 신자이고 84%가 기독교인이다. 55%는 성경이 글자 그대로 진리인 것으로 믿고 있으며 79%는 동정녀가 아이를 낳은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응답했다. 또 67%는 신약에 기술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온건한 기독교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열렬한 전도자나 불신자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인생의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신앙도 생각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진다.
기독교의 신비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예수는 “동정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것”인가. 오직 어리석거나 오만한 사람만이 기적의 가능성을 배제할 것이다. 햄릿 말대로 “세상에는 철학이 알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신앙과 이성이 항상 싸울 필요는 없다. 성경이 글자 그대로 옳다고 받아들이지 않고도 성경의 진리를 믿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 스토리는 감동적이지만 사도들의 예수에 대한 믿음은 말구유보다는 십자가와 부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4 복음서 중 오직 마태와 누가만이 예수의 출생을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예수가 다윗의 후손인 메시아라고 믿었던 유대인이었던 초기 기독교인들은 수난과 부활이 주는 공포와 승리에 의해 신자가 됐다.
예수 자신도 자신의 재림이 임박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가 돌아오지 않자 제자들은 그를 그리스도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마태와 누가가 예수의 출생을 기록한 것도 그래서이다. 이제 와서는 이중 어느 부분이 사실인지 가려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기적적인 임신에서 동방박사의 방문 등 출생 스토리의 대부분은 유대인 전통과 들어맞거나 이교도 전통 위대한 인물 출생 이야기와 일치한다.
마태는 과거 메시아에 관한 예언이 예수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례로 유대교에서 메시아는 베들레헴에서 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예수는 나자렛 사람이다. 마태는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에서 예수를 낳고 헤롯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도망갔다 나자렛으로 정착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헤롯이 신생아를 죽였다는 역사적 기록은 없다. 누가에 따르면 마리아와 조셉은 인구 조사에 응하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간 것으로 돼 있다. 역시 당시 대규모적인 인구 조사가 행해졌다는 기록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 탄생 스토리 중 일부가 전설적이라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진리와 메시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십자가와 마찬가지로 말구유는 이 세상의 죄와 실망에서 새로운 세상에의 믿음으로 도약할 것을 우리에게 권한다.


존 미첨/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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