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가 미국을 가를 수는 없다

2004-12-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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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선거로 이분화 한 미국에 대해 인터넷에 이런 표현이 떠돌았다.: 캐나다 합중국 대 예수 랜드(푸른 색 주들을 북쪽의 캐나다로 붙인 것이다).
그냥 우스개 소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을 훑어보아도 한 나라가 종교로 갈라지는 일을 농담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당장 중동이나 북 아일랜드 같이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캠페인이 사상 유례가 없이 종교로 떡 칠을 했었고 보면 증오와 분열로 얼룩진 민심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은 모두 단합을 촉구했다. 부시는 나라 전체를 두루 포용하겠다고 약속했고 케리는 공통의 터전을 찾자고 촉구했다.
두 사람 다 진심으로 한 말들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아마도 견해가 다른 타종교 집단들에 손을 뻗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복음주의자들은 지난 4년간 다른 모든 종교들의 목소리를 배척한 채 대통령의 귀를 독점했었다. 아울러 진보진영 종교집단들은 자신들이 배타적이고 위험한 집단이라고 수없이 공격했던 사람들과 한 자리에 않고 싶은 기분이 아닐 것이다.
온 국민이 다시 하나가 되기에는 어려운 때이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주의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한다.
국민적 단합을 위해서 우선 버려야 할 것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픽션이다. 이번 선거가 종교 대 세속, 혹은 도덕 대 비도덕의 싸움이었다는 픽션이다. 다른 종교적 배경을 지닌 케리 지지자들이 분노해서 지적했듯이 그런 주장은 넌센스이다.
도덕적 가치라는 표현을 쓰면서 낙태 반대, 동성 결혼 반대표 출구조사를 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수백만 미국민들은 이라크 전쟁, 건강보험, 사형제도, 사회복지등을 기초로 자신들의 도덕과 종교적 양심에 따라 투표를 했다. 어떤 당이나 종교기 신앙과 가치에 대해 독점권을 가질 수는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국민 화합은 가능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극단주의자들이 토론의 주도권을 잡는 한 그것은 쉽지 않다.
현재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기독교 미국’을 만들려는 절대론자들이 있다. 한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다른 한쪽 끝에는 종교적 자유의 나라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와 도덕은 온전히 사적인 문제로 공공정책에는 전혀 반영이 안 되는 사회이다.
대다수 미 국민들은 물론 그 중간 어디에 있다. 그런데 상당 숫자의 TV 부흥사들, 정치인들, 그리고 미디어들은 미국을 현재처럼 이분화 한 상태로 고착시키려는 듯이 보인다. 이런 문화 전쟁 같은 멘탈리티로는 순수한 대화는 힘든 노릇이다.
우리는 종교나 가치와 관련, 제각기 다른 견해들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어쨌든 지구상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다양한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아울러 함께 사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우리의 생각이 다르다고 나라가 찢어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통분모를 찾는다는 것이 서로의 다른 점들을 무시하거나 최소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같은 국민이라고 해서 우리의 깊은 확신들까지 타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이라면 우리의 다른 점을 서로 타협하고 공통의 선을 추구하는 공공정책을 추구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신앙과 가치에 관한 이슈의 출발점은 수정헌법 제1조이다.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국민 누구로부터도 떼어낼 수 없는 기본 권리이며 누구나 그 권리를 보장받도록 지키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다.
지금처럼 분열이 깊은 상태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공통분모는 아주 제한되어 있다. 아마도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손을 뻗기로 합의하는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신뢰는 구축될 수 있고, 한쪽이 다른 쪽을 악마처럼 보는 일은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런 도전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포기 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

찰스 헤인스/ 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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