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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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기적

2004-12-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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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드 카르자이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으로 취임했는데도 미국민들은 하품만 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우리가 거둔 성공이 잊혀지기 전 최근 역사를 돌아보자. 9.11 사태 이전 우리는 빈 텐트에 크루즈 미사일 몇 발 발사한 것 말고는 아프간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우리가 보낸 메시지는 아프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9.11 사태는 잠자는 거인을 깨어나게 했다. 그 후 100일만에 알 카에다는 쫓겨나고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다. 그리고 아프간 사상 첫 선거가 열려 존경받는 민주주의자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아프간을 해방한 미국에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미국에 적대적일 뿐 아니라 손도 댈 수 없었던 아프간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
이런 부시 행정부의 업적에 대해 리버럴들은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아프간에서 양귀비가 재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은 언제나 양귀비를 재배해 왔다. 그러나 민주 선거를 거쳐 대통령을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귀비 재배를 막기 위해 부시 대통령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10만명의 미군을 보내 저항을 무릅쓰고 양귀비를 다 뽑으라는 것인가.
또 다른 불만은 카르자이가 아프간 전역을 통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은 과거에도 전역을 통치하는 정부를 가져본 일이 없다. 서구 기준으로 보면 아프간 중앙 정부는 늘 취약했다. 그러나 아프간의 지방 분권적 체제는 작동하고 있다. 카르자이는 수도와 대도시, 그 사이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그는 또 연방 기관과 군을 창설하며 자기 세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금 아프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누구의 공인가.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국민의 용기와 노력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건 사실이지만 부시 행정부가 획기적인 전쟁 계획을 세우고 이를 훌륭히 집행하기 이전까지 아프간 국민의 용기와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흥미로운 질문은 우리가 아프간에서 성공했는데 왜 이라크에서는 그렇게 못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인적·물적 자원이 발달하지 못한 아프간이 민주주의를 하기에 불리해 보인다. 아프간은 더 부족적이고 원시적이며 현대 정치발전의 역사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이점이었다. 이라크는 수십 년간 파시즘과 사회주의 등 현대적 유럽 정치사상에 물들어 있었다. 거기다 후세인은 자신의 영웅인 스탈린 전체주의까지 덮어 씌웠다. 이런 역사는 민주주의를 비롯한 세속적 이념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정주의 통치로 고통받아온 아프간은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제2차 대전에 시달린 유럽이 평화적으로 정치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처럼 25년 간 내전에 시달려온 아프간인들은 평화를 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30년간 약탈과 살육을 일삼아온 바트당원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내전을 벌일 용의를 갖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프간의 인접국들은 아프간 재건을 방해하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이웃인 파키스탄은 아프간 민주화를 지원했다. 반면 이라크 인접국은 미국과 민주화에 적대적이었다. 시리아는 바트당 반군을 지원했으며 그 뒤에는 수니파 왕정과 독재자들로 이뤄진 아랍연맹이 버티고 있었다. 시아파 신정을 원하는 이란도 돈과 병력을 반군에 보냈다.
이것이 이라크에서 우리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성공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아프간은 중동 민주화를 요체로 한 부시 독트린이 거둔 첫 결실이다. 이처럼 뛰어나고 기적적인 성공은 축하할 만하다.
찰스 크라우트해머/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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