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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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군의‘26년 사랑지기’

2004-1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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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청소 쌍둥이 신대철·흥철 형제
관광안내·심부름 부대내 유명인사

한국 해군을 향한 쌍둥이 형제의 26년간의 지고지순한 숨은 사랑을 소개한다.
신흥철씨(59.동생)가 해군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9년.
당시 신씨는 바버스 항공대에서 부대 청소일을 담당했는데 70여명의 한국 해군들이 미군으로부터 함정 ‘구미함’을 인수받기 위해 석달동안 교육을 와 있었다. 형 대철씨와 흥철 형제는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젊은 군인들이 안쓰러워 주말마다 자신의 차로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필요한 것도 사다 주었다.
그 후 신씨 형제는 펄하버 해군기지에서 청소일을 계속했고 해군들이 하와이를 방문할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다.
이 같은 신씨 형제의 진심어린 선행은 해를 거듭하며 지속되었고 어느새 해군들 사이에 소위 ‘유명인사’가 되어 버렸다. 단지 달라진게 한가지 있다면 어느 순간 ‘형님’에서 ‘아저씨’로 바뀐 호칭뿐이다.
강산이 세번 바뀌었지만 해군들이 신씨 형제에게 가장 많이 부탁하는 것은 여전히 관광이다. 그러나 신씨 형제의 관광에는 나름대로의 철학과 코스가 있다.
우선 샤핑은 제외대상이며 시내구경을 한번도 안 해본 해군이 우선 순위다. 코스는 한국전 참전용사가 묻혀 있는 펀치보울 국립묘지를 시작으로 맨 마지막에 이승만 박사 동상이 서 있는 한인기독교회를 방문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해군들과의 추억이 하와이 생활의 전부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신흥철씨는 “2년전 몸이 불편한 줄리아 리 여사를 휠체어에 모시고 함상에서 열린 행사장에 갔을 때 해군들이 국빈대우를 해주자 여사께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기뻐했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말년을 쓸쓸히 외롭게 보내고 있는 줄리아 리 여사를 한인사회가 관심을 갖고 보살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6년동안 남몰래 한국해군의 발이 되어준 쌍둥이 형제의 넉넉한 마음씨와 한결같음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각박한 세상에 듣는 이로 하여금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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