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닉슨과 중동의 부시

2004-1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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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이제 팔레스타인 자치국과 이스라엘 문제를 포함, 중동 평화를 위해서 전면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평화에 기여할 찬스가 있다. 팔레스타인의 적대감 종식을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웨스트 뱅크 북부지역 거주민을 이주시킨다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안은 협상의 문을 여는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게다가 오는 1월초 대통령 선거에서 아라파트를 승계할 것으로 여겨지는 마무드 압바스 역시 샤론 안을 놓고 이스라엘 측과 기꺼이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부시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지역 평화 정착을 위해 움직인다면 그에 대한 국내의 지지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부시가 아리엘 샤론 총리의 평화안을 지지할 경우, 친 이스라엘 우익 진영은 그러잖아도 꿋꿋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부시를 더욱 후원할 것이 분명하다. 이들 보수진영은 부시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대변하는 것으로 믿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문제의 공산국가와 관계 정상화를 이루어 낸 일이다. 케네디나 존슨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다면 분명 반대했을 반공 진영이 반공주의자로 유명한 닉슨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자 신뢰를 했던 것이다.
부시의 재선과 관련해서 나는 닉슨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닉슨이 부통령과 대통령 재임 중 그에게 왜 그렇게 적이 많았는지는 알기 쉬웠다. 닉슨은 정치를 하면서 자신이 하려 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곤 했다. 그들이 닉슨을 증오하는 적들이 되었다. 워터게이트가 터지고 닉슨의 적들 명단이 공개되면서 이 모두가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보면서 의아한 것은 사람들이 부시를 왜 이렇게 싫어하고 미워하는 가 하는 것이었다. 부시는 친근감이 가는 유형이다. 여론조사들을 보아도 존 케리 보다는 부시 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훨씬 인기가 있었다.
부시는 백악관 기자단과도 농담하며 지내는 데 여론조사를 보면 그들 기자 중 대부분은 부시 반대편으로 표를 던졌다. 부시는 부인을 포함 가족들에게 자상하고, 애완견에게도 자상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그를 싫어할까.
많은 사람들이 부시가 너무 자신만만하고, 거만하다고 보는 것이 내가 발견한 유일한 이유이다. 건방진 대통령을 좋아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까지 적대감을 가질 이유는 무엇인가.
닉슨은 좋은 면도 있었다. 지난 1960년 선거에서 케네디가 가까스로 이겼을 때 닉슨이 얼마나 신사다웠는지를 한 TV 해설자가 말했다. 당시 시카고 쿡 카운티 투표소에서는 부정투표가 많았다는 증거가 있어서 재검표를 하면 선거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다.
그래서 닉슨 수석 보좌관들 여러 명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말 것을 닉슨에게 촉구했다. 그러나 닉슨은 선거 결과에 불응하고 재개표를 하는 일이 나라에 혼란을 가져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며 고집스럽게도 그런 충고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닉슨이 대통령으로서 지울 수 없는 오점을 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과의 데탕트 정책, 중국의 문호 개방 등, 닉슨이 거둔 외교적 성과는 획기적이다.
닉슨이 지난 1971년 극동지역에서 이룬 외교적 성과를 이제 부시가 중동에서 이룰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갓프리 스펄링 주니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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