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 라티노 학생간 세력싸움 확산일로
2004-12-04 (토)
흑인 텃밭 사우스 LA에 라티노 급증
조단고 점심시간 200여명 집단 충돌
매누얼 아츠고·크렌셔고도 잇달아
흑인들이 주로 거주했던 사우스 LA에 최근 수년간 라티노 인구들이 급증하면서 양 커뮤니티간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등학교 내 인종간 패싸움, 힘 겨루기 등이 눈에 띄게 많아져 학교 및 경찰, 커뮤니티 지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2주일 사이 사우스LA의 크랜셔 고교와 매뉴얼 아트 고교, 또 조단 고교에서는 그동안 점증되어 왔던 흑인 학생과 라티노 학생 사이 갈등이 폭력적 패싸움으로 분출됐다.
학교 당국과 경찰은 더 이상의 폭력사태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기존의 2명이던 학교 경찰을 6명이나 7명으로 늘려 교내외 순찰과 학생들의 행동감시를 대폭 강화했다. 또 교직원들이나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을 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지점에 배치시키는 등 나름의 대책을 강구중이다.
지역 리더들이나 경찰이 이들 학교들의 흑인-라티노 패싸움 등 인종간 폭력사건에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원래 갱들이 판치는 우범지대 역사를 갖고 있으며 갑자기 늘어난 라티노 인구 때문에 기존의 흑인 주민들이 여러모로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학교는 지역 커뮤니티 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곳이어서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곧 지역 전체의 문제를 대변한다”고 우려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고교생들의 인종간 집단 패싸움은 난달 19일에 조단 고교에서 먼저 터졌다. 약 20여명의 흑인과 라티노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약 200여명 학생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난투극을 벌인 것. 신고를 받고 온 60여명의 LAPD 경찰관과 40여명의 교육구 직원들은 엉켜 붙어 싸우는 학생들을 페퍼 스프레이를 쏘며 간신히 해산시켰다. 이 와중에 경찰관 한명이 구타를 당해 쓰러졌으며 경찰은 주모자로 보이는 3명을 체포했다. 이 사건으로 캠퍼스는 수 시간 동안 폐쇄됐다.
이같은 폭력사태는 사흘 후 인근의 매누얼 아츠 고교에서 비슷한 형태로 다시 일어났으며 수십명의 흑인, 라티노 학생들로 시작된 패싸움은 가담 학생이 100여명으로까지 불어난 후 끝났다. 이 날도 수십명의 경찰관들이 출동했으며 경찰 헬리콥터까지 동원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후 매누얼 아츠 고교 인근에서는 흑인-라티노 학생들간의 크고 작은 패싸움이 벌어졌으며 많은 학생들이 셀폰으로 패싸움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가장 최근의 고교생 인종간 폭력사태는 29일 크렌셔 고교에서 발생했다. 15세 라티노 학생 한명이 흑인 학생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해 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 날 싸움이 ‘인종간 증오’에서 촉발됐다며 다음날 주동자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학교경찰 등 관계자들은 사우스 LA 학교에서의 흑인-라티노 학생들의 ‘주도권 잡기’ 관련 마찰 및 갈등은 점차 심해지고 있으며 특히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과 10월 사이에 강도가 심해진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도권 잡기 외에도 타인종간 데이트 등도 학생들의 마찰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