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힘 잃어 가는 TV뉴스

2004-1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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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뉴스의 얼굴이 또 한번 바뀐다. 구세대 앵커맨들이 4반세기만에 젊은 세대에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이런 변화가 예측 불허의 위험한 이 세계를 좀 더 충실하게 보도하리라는 약속이 될까. 미안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TV 뉴스는 지금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 하루 24시간 주 7일 케이블 방송과 래디오 토크쇼와 경쟁하느라 정치적 대결 국면, 노년층을 위한 신기한 의학계 소식, 아니면 정부 쪽에서 나오는 온갖 자잘한 이야기들을 적당히 섞어 내놓는 식이다. 최근 팔루자 사태를 다룬 빛나고 용감한 보도는 극히 예외적 일뿐이다.
이 모든 현상은 시청률과 이윤 생각하며, 9.11 사태와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애국심도 적절히 챙겨 넣느라 공공의 이익 대변이라는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겁쟁이 방송국 중역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지난주 TV사상 최장수 앵커맨인 CBS의 댄 래더가 오는 3월의 퇴임을 발표하자 거의 모든 미국 신문들은 이를 ‘TV 뉴스 시대의 끝’이라고 보도했다. 앵커계의 또 다른 거목인 NBC의 탐 브로코우는 오늘 22년의 앵커생활을 접고 브라이언 윌리엄스에게 자리를 넘긴다.
지난 1980년대 초 내가 NBC의 일요 인터뷰 프로그램을 맡고 있을 당시 브로코우는 존 챈슬러, 래더는 ‘미국에서 가장 신임 받던 인물’인 월터 크롱카이트의 자리를 이어 받았다.
이제 새 시대가 열리면서 후임자들에 대해 걱정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들의 능력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브로코우나 래더처럼 그들도 분명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맞서야할 도전이 걱정되는 것이다.
근년 3대 TV의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이윤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1991년 이후 TV 방송은 시청자의 33%를 잃었다. 케이블 뉴스와 블로그의 압박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부담 속에서 앵커가 소신껏 일할 수 있을지, 겁쟁이 TV 중역들이 옛날 식 오기를 가지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을 지 심히 의심스럽다.

마빈 칼브/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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