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좌파 일색의 미국 대학

2004-11-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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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은 리버럴 진영에 의해 장악돼 있다. 1,000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 따르면 문과 대학의 경우 민주당 비율이 공화당의 7배에 달한다. 이는 30년 전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숫자로 젊은 교수들이 은퇴하는 교수들보다 더 리버럴하기 때문에 이런 성향은 가속화되고 있다.
유권자 등록 결과를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 따르면 버클리와 스탠포드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 비율이 9대 1이다. 젊은 교수 사이에서는 이 비율이 183대 6이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잡지가 2002년 이를 기사화하기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코넬대의 경우 리버럴 대 보수파의 비율은 166대 6, 스탠포드 151대 17, 콜로라도 116대 5, UCLA 141대 9였다.
한 초당파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대선에서 직원 수로 볼 때 가장 많은 정치헌금을 한 집단 3, 4, 5위는 타임워너, 골드만 삭스,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지했다.
1위와 2위는 UC계열 대학과 하버드였다. 이들은 조지 부시보다는 존 케리에게 19배나 많은 돈을 줬다.
그럼에도 조지 라코프 버클리대 언어학 교수는 학계가 보수파를 차별하고 있음을 부인한다. 리버럴 교수가 보수파보다 많은 것은 보수파가 학계 진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수파와 달리 리버럴은 공공의 이익과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을 신봉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학원 입학에서 테뉴어를 따기까지의 절차는 보수파가 교수가 되는 것을 배제한다. 에머리대 영어 교수인 마크 바워레인은 대학에 임용되기 위한 일차 관문은 대학 교수는 리버럴이어야 한다는 통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계 여러 분야에서는 올바른 정치 성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채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마르크스적 색채를 띠고 있는 문화 연구에서는 자본주의를 주창하는 사람은 배척 당하며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흑인 연구를 할 생각조차 포기해야 한다. 핵가족이 최선의 사회 조직이라고 믿는 사람은 여성 연구를 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들처럼 생각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거기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극단적인 쪽으로 의견이 몰리는 성향 때문에 외부에서 누가 뭐라 해도 전혀 들리지 않게 된다.
케네디 대통령이 아더 슐레진저, 존 갤브레이스, 맥조지 번디, 월트 러스토우 같은 학계 거물을 워싱턴으로 불러 들였을 때 하버드 인근 찰스 강이 워싱턴의 포토맥으로 옮겨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닉슨은 헨리 키신저, 팻 모이니헌, 아더 번스, 제임스 슐레진저 등 더 명망 있는 인사들을 불러모았다. 차기 부시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콘돌리자 라이스도 학계 출신이다.
학계 인사들은 워싱턴으로 올지 모르지만 학계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 대학은 일방적 사고에 빠져 목청만 컸지 어리석은 정치적 발언을 계속함으로써 스스로를 왜소화했다.
많은 대학들은 지적 일당 독재 국가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종과 피부색, 성별에 있어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지 모르지만 사상의 다양성만은 찾아볼 수 없다.

조지 윌/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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