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학생 막지 말라

2004-11-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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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가 국무부에 들어가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교문제와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급하면서도 라이스가 풀 수 있는 과제가 있다. 외국인 비자문제다. 이를 현 상태로 방치해 두면 미국의 안보와 경쟁력에 깊고도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비자 처리과정은 너무 복잡해진 데다 미국 관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비자를 기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30년만에 처음 미국에 오려는 외국 유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우 학부 유학생은 20%, 인도 9%, 일본 14% 줄어들었고 대학원의 경우 중국 45%, 인도 28%나 감소했다.
미국 경제는 미국 과학과 테크놀러지의 우수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이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의 38%가 외국 출생이다. 외국 출신이 과학과 공학분야 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과학의 우수성은 외국인과 이민자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공학도 배출에 있어 1975년 세계 3위였던 미국은 이제 17위로 추락했다.
미국은 미국적 이념과 가치를 여러 수단을 통해 세계에 전파해 왔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각국의 엘리트를 교육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자유시장과 무역은 세계 공통의 이념이 됐다. 그것은 세계 각국 관리 중 많은 사람들이 서방 대학에서 교육받은 결과의 하나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칠레의 경제 개발은 미국 정부의 도움이 아니라 시카고 대학에서 교육받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사상은 폭력보다 더 크고 오래가는 힘이다. 테러범 모하마드 아타를 잡자고 미래의 빌 게이츠가 미국에 오는 것을 막아서는 안될 것이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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