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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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 외면하는 ‘부국’

2004-11-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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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1,2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먹고사는데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가정의 11.2%다. 이들 가정은 1년 중 언젠가 돈이 없어 가족들을 적절히 먹일 음식을 구할 수 없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이들 빈곤층 가운데 390만명은 지난해 언젠가 진짜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지 못했다. 나머지 3분의2에 해당하는 빈곤층은 푸드스탬프와 같은 보조수단에 의지했다. 미국과 같이 부유한 나라에서 나온 통계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빈곤이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고속 보트는 좋다. 월요일 밤 풋볼경기의 선정적인 장면은 너무 좋다. 그러나 끼니 걱정하는 이웃에 대한 문제는 “저리 가라”다.
도대체 미국의 가치가 무엇인가. 풀타임으로 일하고 빈곤하게 사는 이웃들이 수두룩하다. 미국 노동자의 25%가 가계를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대선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다.
저소득층은 25~54세의 가장인 경우가 88%다. 이 가운데 53%는 부부들이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아니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모토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열심히 일하고 법을 준수해도 먹고사는 게 고달프기만 하다.
연방 정부는 지난 97년 이후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오버타임으로 받아야 하는 시간당 1.5배 임금 규정도 실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기에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게 마련이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망을 깨는 정치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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