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술 진흥 재단 없애라

2004-11-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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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0만의 미국인이 가치관이 같다는 이유로 실패한 대통령을 재선한 것을 본 민주당은 대다수 미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슈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낙태권이나 동성연애자 권리 등은 포기할 수 없고 총기 소유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내게 한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예술 진흥 재단(NEA)을 철폐하는 것이다. NEA는 문화적으로 전통적인 사람들 눈에 가시거리였다. 십자가를 오줌에 담은 사진을 찍은 작가를 지원하는가 하면 AIDS 퇴치 기금을 마련한답시고 누드 공연을 하는데 돈을 주기도 했다.
그랬다 하더라도 NEA가 존재해야할 뚜렷한 이유가 있다면 좋다. 그러나 그럴 이유가 없다. NEA 주창자들은 예술은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좋다고 정부가 모든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국방과 고속도로, 극빈자 의료 보험 같은 것을 줘야 한다. 예술은 개인이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채산성이 없더라도 부자가 이를 후원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부자가 자발적으로 지원해 온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예술이다.
정부가 예술 분야에 개입해서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렇게 되면 어떤 것이 가치 있는 예술인가를 정부가 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예술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실상 검열이며 그렇다고 모든 예술을 지원한다면 일부 납세자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강제로 내는 세금을 통해 자기가 원치 않는 작품을 후원해야 되기 때문이다.
NEA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 놀랍다. NEA는 정부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적었던 1965년 창설됐다. 90년대 예산이 들어 줄기는 했지만 공화당도 이를 없애지는 않았다. 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서는 오히려 예산을 늘렸다.
리버럴 진영은 이를 놀라워했지만 놀랄 것 없다. NEA 지지자들은 돈이 많고 권력이 있는 자들이다. 부시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지지했다. 그런 점에서 예술 지원은 농업 보조금과 다를 것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술 지원금은 민주당이 무시해도 좋은, 아니 무시해야할, 유권자 층에 간다는 사실이다.

존 체이트/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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