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의 ‘충복 정치’

2004-11-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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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침공의 결과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던 콜린 파월은 밀려나고, 이상한 낌새가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손을 써야 한다던 콘돌리자 라이스는 자리를 꿰찼다. 부시 행정부는 능력보다는 충성을 우선 순위로 따진다.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무능한 사람들을 등용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는지를.
아이러니컬하게도 라이스는 탁월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다. 그녀는 부시와 각별한 사이다. 그래서 안보보좌관에 기용됐었다. 그것이 문제다. 라이스는 그 역할에 적임이 아니었다. 그녀의 판단은 성급한 과잉 행동이었든지 아니면 미 국민을 고의로 오도한 것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차관보는 그녀가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있어서 도무지 조정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03년 10월 이라크 사태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자 부시는 라이스를 이라크 안정그룹의 팀장에 앉혔다. 과연 그 이후로 이라크 사태에 나아진 게 무엇인가.
부시 시니어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브렌트 스카우크로프트는 라이스를 국가안보위에 발탁한 뒤 줄곧 그녀의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그는 이라크 공격을 매우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누차 밝혔다. 이라크 공격은 현명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이를 듣지 않았다. 이라크 사태가 전개되는 모양이나 국내 정책 등에서 부시 행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너무나 경솔하다. 어른들은 짐을 싼 뒤 떠나고 아이들이 모든 일을 맡는 셈이다.
사람 목숨이 걸려 있는 중대한 이슈들이 무능하고 경륜 없는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있다. 환상이나 이념적인 편견에 매몰된 사람들의 손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이라크의 재앙이나 국내 재정 위기를 본다. 능력보다는 부시에 대한 충성만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본다. 미국과 세계의 미래에 대한 일관성 있는 비전이 결여된 정부를 본다. ‘어른들’이 모두 어디에 갔는지 슬픈 마음뿐이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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