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의 혁명

2004-11-18 (목)
크게 작게
팔루자의 저항세력을 쳐부순 부시 대통령은 이제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에서 똑같은 일을 하려 하고 있다. 콜린 파월이 ‘사임’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웃기는 일이다. 백악관은 그를 원하지 않았다. 파월 자신도 성명서에서 그와 부시가 “내가 지금 떠나는 것이 좋으리라는 데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교정책 분야의 한판 싸움에서 진짜 승자는 딕 체니이다. 그의 보좌관이었던 스티븐 하들리는 이제 국가안보 보좌관이 될 것이고, 콘돌리자 라이스는 부시 집권 1기에 체니에게 하도 당해서 앞으로는 고분고분해 질 것이다.
부시 집권 2기의 핵심 문제는 이것이다. 그가 이제는 필요 없게 된 기독교 우익 지지자들을 따돌리고 중도적 전통을 유지함으로써 국민 화합을 꾀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 재선 염려도 없고 하니 우향우로 혁명적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후자일 것 같다.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파월이 유엔 연설중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세계를 오도한 데 대해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만 지나면 그들은 파월을 그리워 할 것이다. 파월은 미국 외교 정책 토론에서 이성의 목소리를 낸 인물이었다. 파월이 없었다면 외교 관계는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똑똑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하지만 파월 같은 역할을 한 적은 없다. 부시에게는 그가 뭔가 바보같은 짓을 할 때 옆에서 말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정보 분야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제 CIA지도부가 대거 물갈이를 당하면서 그런 역할은 기대하기가 어려워 질 것같다.
그렇다면 부시 2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북한에 대한 압박이다. 매파들은 북한의 응석에 참을성을 잃어가던 중이었다. 뭔가 발전이 없는 한 대북정책은 점점 강경해지고 제재가 가해질 것이다.
아리엘 샤론을 끌어안는 정책도 지속 될 것이다. 파월이 나간 지금 부시대통령에게 균형잡힌 정책을 조언할 인물은 행정부 안에 아무도 없다.
외교정책의 전망을 알아볼 리트머스 시험지는 국무부의 매파인 존 볼튼이 부장관으로 승진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가 승진이 되는 순간 뉴질랜드 이민을 고민하던 진보파들은 그 길로 공항으로 향할 것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