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월의 ‘업적’

2004-11-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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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충성파들과 비판자들을 모두 실망시켰다는데 있다. 충성파들은 파월이 이라크 공격에 관한 부시의 전략과 전술을 충분히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공격했다. 비판자들은 파월이 매파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체니, 럼스펠드, 그리고 여타 네오콘들에게 이라크 전쟁에 관한 한 ‘게임’에서 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파월은 존경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사담 후세인 제거를 지지했다.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에 기초해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부정직하지는 않았다.
파월은 이라크 전쟁에 들어가기 전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으나 국방부의 매파에 밀려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파월이 실패했다는 게 아니라 파월의 조언이 받아들여졌어야 했다는 점이다.
파월이 한가지 거둔 승리라면 대통령으로 하여금 유엔안보리에 가서 국제사회를 설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로 이 승리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파월이 유엔안보리에 출석했다. 그 자리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의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앞에 보여준 자료 사진이 거짓으로 판명된 것이다.
파월은 균형 감각을 갖고 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 그가 한 일은 현실주의적 색채를 스미게 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그의 역할이 그것이었다. 균형 감각을 정책 결정과정에 부분적으로나마 반영시킨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 파월이 공직에서 떠나더라도 그의 이러한 균형 감각이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사라져선 안될 것이다.

월터 아이잭슨/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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