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제 개혁 확실히 하라

2004-1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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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은 세제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지킬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많은 워싱턴 관계자들은 중대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로비스트들은 이것이 일어나 지 않도록 벌써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20년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레이건의 세제 개혁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부시는 레이건을 본받아 그가 집권 1기 동안 감세에 쏟아 부었던 것과 같은 시간과 정력과 정치 자본을 세제 개혁에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당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영구적인 세제 개혁은 양당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하는 세제 개혁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양당 모두 현 세제를 미국의 경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 통치약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 세제는 지극히 복잡하다.
1940년만 해도 1040 서류 설명서는 4페이지에 불과했다. 지금은 100페이지가 넘고 서류 양식만 10가지 이상이다. 총 세법은 ‘전쟁과 평화’의 4배에 달하는 280만 단어로 이뤄져 있다.
납세자도 국세청도 이를 따르기가 벅차다. 세제를 개혁해 국세청이 일반 국민들을 괴롭히는 것을 막으려면 세 제 간소화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그러나 간소화는 연방 의회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다. 민주당은 누진 세제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고 공화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본 소득세 등을 없애기를 바라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레이건 시절 세제를 개혁하는데 그치고 완전 개편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세제 간소화가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임금에 대한 일률 세제를 도입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 공화당원이 주장하는 대로 소득세를 폐지하고 판매세로 대체할 것인가.
둘 다 현실성이 없다. 일률 세율은 순수한 채로 오래 남아 있지 못할 것이며 재정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주창자들이 원하는 것보다 높은 세율의 판매세가 요구될 것이다. 두 안 모두 부자들의 세금은 줄어들겠지만 중산층의 세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세제 개혁은 어느 한 쪽의 부담이 늘어나는 일 없이 개편돼야 한다. 미국은 고소득층에게 낮은 세율이 적용되던 제2차 대전 이전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소득세를 폐지하고 14%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면 10만 달러 미만 소득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10만 달러 미만 소득자들이 세금보고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그 이상 소득자들은 25%만 세금을 내면 되고 자선이나 주택 모기지, 의료비, 주 및 지방 정부 세금은 소득 공제가 된다.
이렇게 되면 1억 3,000만 명의 납세자 중 1억 명은 세금 보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일률세나 판매세와는 달리 이 세제는 고용주들로 하여금 건강 보험과 연금을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게 해준다. 각종 기업 특혜는 사라지는 대신 기업 소득세는 25% 선으로 낮아진다.
이 세제는 경제 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이란 부시 대통령의 목표도 달성하며 미국을 기업 투자의 최적지로 만들 것이다. 이 제도는 공평하며 훨씬 간단하다. 세금 보고를 할 필요 없는 1억 5,000만 명에게 4월 15일은 의미가 없는 날이 될 것이다.

마이클 그래츠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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